이란과 연계된 후티반군이 예멘의 홍해 연안 전체를 장악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 측 공습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은 후 동서를 가로지르는 대형 송유관을 폐쇄했다. 이란에 대한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분쟁이 마무리되기는커녕 사우디와 예멘을 포함한 아라비아반도 전역으로 번져나가는 양상이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는 이라크에서 시작된 드론 공격 이후 ‘예방 차원에서’ 동서를 가로지르는 파이프라인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내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 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마도 이란이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이란이 막고 있는 호르무즈해협 대신 1200㎞에 달하는 동서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홍해를 거쳐 원유를 세계 시장에 공급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에도 유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지 않은 것은 이 경로로 공급되는 원유가 하루 400만~500만 배럴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쟁 전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교역량(하루 약 2000만 배럴)의 20~25%에 육박한다. 국제 비축유 사용과 홍해 등 대체 경로 활용이 결합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에 머물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10일 촬영된 코페르니쿠스센티넬데이터 위성사진에 사우디 석유를 홍해 방향으로 운반하는 동서 파이프라인 경로를 따라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찍혔다. 이후 사우디 정부는 파이프라인 폐쇄를 선언했다.
이라크 정부는 공격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 발사 지점을 찾아 이 장비를 압수했으며 “이라크가 대리전의 일부가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폐쇄 조치가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는 분명하지 않다.
후티반군은 일단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히잠 알아사드 후티반군 정치국 위원은 11일 인터뷰에서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통한 국제 통항은 안전하다. 선박이 평소처럼 통과하고 있으며 우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사우디 등의 선박도 이런 자유를 누릴지는 불분명하다.
이란 외교부는 예멘 분쟁이 후티반군에 대한 봉쇄와 군사행동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대화를 촉구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란은 사우디와 전쟁 중이 아니며 후티반군은 그들만의 문제가 있다”고 거리를 뒀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연합군은 공중전으로 후티반군을 압박하고 있다. 후티반군은 12일 “지난 48시간 동안 사우디 전투기가 129회 공습을 감행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란전에서도 알 수 있듯 지상전 없이 공중전만으로 결정적인 승리의 순간을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란을 등에 업고 있으나 이란 정부의 ‘지시’를 받는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후티반군이 이번 기회를 쉽게 놓치지 않으려 할 가능성도 높다. 무함마드 알바샤 바샤리포트 수석분석가는 “후티반군은 나라 전체를 장악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예멘 내전이 수단에서처럼 장기화하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알자지라통신에 말했다.
스티븐 워트하임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경제를 압박하되 군사 충돌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했지만 후티반군이 계획을 산산조각 냈다”고 평가했다.
이란 매체는 이란과 오만이 이날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근거를 마련하는 합의에 도달했지만 이 합의가 미국의 ‘조건 준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해협을 즉각 재개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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