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인을 고용한다면 중국이 미국에 들어와 공장을 짓고 자동차를 생산해도 괜찮다”며 “내가 원하지 않는 건 중국 업체들이 멕시코에서 자동차를 싼값에 제작해 미국으로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자동차기업의 미국 내 공장 설립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이중 장치로 중국 차 판매를 막고 있다. 무역법 301조와 일반 관세 등을 활용해 약 127.5%의 관세를 부과 중이고, 상무부가 행정규정을 통해 차량 연결 또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한 중국 차 판매를 금지(커넥티드카 규정)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커넥티드카 규정을 수정하거나 예외 규정을 두면 중국 자동차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설립할 수 있다.
자동차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에 진출한다면 한·중·일 간 출혈 경쟁은 불 보듯 뻔하다”며 “각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영업이익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中 현지생산땐 '관세 장벽' 무력화…준중형 SUV 등 中과 라인업 겹쳐
하지만 지난 1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자동차 회사의 미국 내 공장 설립 허용 의사를 밝히면서 이런 시장 구도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워졌다. 중국 업체가 막대한 자금력과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하면 한·미·일 자동차 회사의 점유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가격 경쟁 압박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이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보고 있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와 저가형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도 큰 위협이다.
특히 EREV 등은 중국이 한국보다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183만6172대를 팔았다. 한국 판매량(125만8730대)보다 45.9% 많은 규모다. 미국은 현대차그룹의 최대 판매 시장이다.
중국 전기차에 점유율을 빼앗긴 유럽 시장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포스에 따르면 올 7월 한국차 브랜드의 유럽 시장 점유율 총합은 7.6%로 중국 브랜드(11.2%)에 한참 뒤졌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17.8~45.3%의 관세를 부과하는데도 한국을 앞지른 것이다. 한국산 자동차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유럽에 수출할 때 관세가 붙지 않는다. 한국의 유럽차 시장 점유율이 중국에 뒤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불과 4년 전인 2022년 중국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1%대에 그쳤다.
미국에서 중국차 수입을 막는 조항은 크게 두 가지다. 무역법 301조 및 일반 관세 등을 통한 관세 장벽과 중국차 판매 금지(커넥티드카 규정) 규정이다. 업계는 미·중 정상회담 후 미국 상무부가 커넥티드카 규정을 수정하거나 예외 규정을 두는 방식으로 미국 내 공장 설립을 허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생산 품목에는 관세가 붙지 않는 만큼 중국차가 경쟁사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배터리와 전장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만큼 중국 업체의 원가 경쟁력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에 생산시설과 판매망을 구축하는 데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빠른 대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업체가 기존 공장을 인수하거나 미국 기업과 합작사를 세우면 이 기간은 더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의 미국 진출은 판매량보다 가격과 수익성 경쟁을 먼저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원가 절감과 현지 생산 확대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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