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이사를 많이 다니면 그 흔적이 청년기 마음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어린 시절 이사는 단순히 사는 곳만 바뀌는 일이 아니라, 익숙한 친구들과 헤어지고 학교와 동네가 달라지면서 아이가 의지해온 사회적 관계와 일상의 틀까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연합뉴스는 국제학술지 'SSM-파퓰레이션 헬스(SSM-Population Health)'에 따르면 미국 뉴욕대 그로스만 의과대학과 연세대 공동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 총 666만8197명을 대상으로 어린 시절 주거지 이동과 이후 기분장애 발생의 연관성을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들이 10∼15세였던 6년 동안 주소지를 몇 차례 옮겼는지 파악한 뒤 16∼25세에 기분장애를 새롭게 진단받았는지 살폈다.
기분장애는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거나 나쁜 상태를 뜻하는 게 아니라 우울하거나 들뜬 기분의 변화가 일정 기간 지속되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신질환을 통칭한다.
대표적으로 우울장애와 양극성 장애 등이 여기에 속하는데, 분석 결과 이사를 자주 할수록 이후 기분장애 위험이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사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기분장애 발생 위험은 이사를 한 차례 한 경우 12%, 두 차례 한 경우 27%, 세 차례 이상 한 경우 41% 각각 높았다.
이런 연관성은 성별과 가구소득 등 분석할 수 있는 주요 요인을 보정한 이후에도 유지됐고, 기분장애가 비교적 일찍 진단된 사람을 제외한 추가 분석에서도 이 같은 경향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기분장애를 세부 진단 유형별로 나눠 분석했을 때도 이사 횟수가 많을수록 위험이 높아지는 비슷한 경향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주목되는 건 경제적 여건에 따른 차이"라면서 "어린 시절 이사와 이후 기분장애 사이의 연관성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가정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주거 이동이 모든 아이에게 똑같은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가정의 경제적·사회적 여건에 따라 정신건강에 미치는 부담이 달라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또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이사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상당한 변화일 수 있다고 봤다. 친구와 또래 관계가 끊기고 새로운 학교와 지역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익숙했던 사회적 지지망도 약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특히 이런 변화가 반복되면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가정에서는 잦은 이사가 주거 불안정이나 경제적 어려움과 맞물려 있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이사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사회적·경제적 자원도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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