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찰나' 연출 이진엽 "관객이 무대에 올라 빗자루질을 해요"

입력 2026-09-22 16:01  

'찰나의 찰나' 연출 이진엽 "관객이 무대에 올라 빗자루질을 해요"



관객이 배우와 함께 빗자루로 모래 그림을 그린다. 처음에는 배우를 따라하다가도 나중에는 창의성을 발휘해 나만의 그림을 그리면 된다. 그림에 몰입하는 동안 각자의 머릿속은 비워진다. 처음엔 부담됐던 타인의 시선도 어느새 사라질지 모른다.

다음달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르는 ‘찰나의 찰나’의 한 모습이다. 이진엽 연출은 “관객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모래의 모습을 따라가면서 생각을 내려놓고 이 순간에 집중하도록 했다”며 “놀이와 명상이 공존하는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에서는 배우 2명이 관객과 함께 모래 그림을 그린다. 어색해하는 관객을 위해 처음에는 배우들이 빗자루로 그림을 그리는 여러 방법을 제안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해진 방식에서 벗어나 각자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이끈다. 무대에는 모래가 수직으로 떨어지는 장치도 있다.



객석은 무대 주변에 4면으로 설치된다. 해오름극장의 기존 객석은 비워둔다. 이 연출은 대극장 공연을 볼 때마다 좌석 가격에 따라 관객의 경험이 극적으로 달라지는 점을 아쉽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모든 관객이 동등하게 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며 “비어 있는 객석은 관객들이 공연을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작품의 출발점은 2020년 덴마크 예술가 헬레 호브의 작품에서 받은 영감이다. 검은 돌 위에 모래 그림을 그리는 작품이었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모래의 흔적을 더 큰 무대로 확장하기로 했다. 호브는 이번 작품에 공동연출로 참여한다. 이 연출은 “모래 그림이 계속해서 그려지고 사라지는 순간순간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이를 한국어로 옮기면서 ‘찰나’라는 제목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 연출은 난민, 성소수자, 장애인 등 소수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무대에 올리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2009년 공연 단체 ‘코끼리들이 웃는다’를 창단했다. 청계천에서 야외극을 중심으로 공연을 펼치기 시작해 영역을 넓혀왔다. 제주 해녀와 난민을 주제로 한 ‘물질’은 지난 7월 세계 최대 공연예술 축제 중 하나인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에 올랐다.

이번 작품에서는 관객이 자신의 경험을 채울 수 있는 여백이 돋보인다. 이 연출은 “공연을 통해 관객에게 주고 싶은 것은 함께하는 기쁨”이라며 “낯선 사람과 공동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경험을 통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감각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연은 10월 17~18일 열린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