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시대, 정부가 기업의 근로자 고용에 대한 직접 비용을 높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부회장(사진)은 21일 미국 뉴욕에서 아시아소사이어티가 주최한 '유엔총회 콘퍼런스'에서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가능성을 우려한다면 가장 먼저 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여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미스 부회장은 2002년터 MS의 최고법률책임자를 맡고 있는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 대표적인 '정책통'으로 AI 규제, 사이버 보안, 개인정보 보호 관련 전문가로 꼽힌다. 이날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고위급 주간을 맡아 케빈 러드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전 호주 총리)과 대담을 진행했다.
그가 기업 세제 개선을 주장한 건 기업의 고용 부담이 커지면 AI로 대체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스미스 부회장은 미국의 '급여세'(사회보장·메디케어 세금)를 개선해야 할 대표적인 기업 세제로 꼽았다. 급여세는 미국 기업이 월급을 줄 때, 임금에 연동해 정부에 내는 세금이다. 임금의 7.65%는 근로자, 별도 7.65%는 기업이 부담한다. 스미스 부회장은 "급여세는 인간의 노동에 세금을 부과해 고용주의 부담을 키운다"며 "장기적으론 AI 사용세, 즉 '토큰세'로 대체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AI업계에서 논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AI 속도조절론'과 관련해선 "AI 개발사가 정부에 통제를 요청하기 전에 스스로 책임 있게 행동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스미스 부회장은 "통제에서 벗어나 규칙을 어기고 거짓말하는 AI 에이전트가 '실제적인 위험'으로 부상했다"며 "AI 안전을 이유로 개발 속도를 늦춰야한다면 기업이 먼저 최우선 과제로 삼고 행동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도 과거 사이버보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품 개발 속도를 낮추고 개발자를 보안 인력으로 전환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AI 안전 책임을 오픈AI, 엔스로픽 같은 모델 개발사에만 지우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뜻을 나타냈다. 스미스 부회장은 "AI 에이전트를 안전하게 통제하려면 모델 회사뿐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용 관리 소프트웨어(SW) 업체도 함께 움직여야한다"며 "각국 정부도 관심을 모델 회사에서 넓혀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입 가능한 AI 안전장치로 △AI 에이전트 활동에 대한 감시 △기업 차원의 행동 규칙 제정 △AI 사용량 관리 △작동을 멈추게 할 비상정지 장치 마련 등을 꼽았다. 스미스 부회장은 "기업 자율 규제와 정부 규제가 결합돼야한다"며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학습하고 성능을 높이는 '재귀적 자기 개선'에 대해서도 규약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스미스 부회장은 "AI 시대에도 정부가 연쇄적인 경제 충격을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기업과 지역 사회의 갈등에 대해선 '새로운 사회계약'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스미스 부회장은 "데이터센터가 지역 사회의 신뢰를 얻으려면 전력, 물, 세금, 일자리, 지역사회 투자, 소음 등을 해결해야한다"며 "투자하는 기업이 세금 감면을 요구하지 않고 세금을 전액 납부해 지역사회가 실질적인 혜택을 얻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미스 부회장은 전력과 물 사용 등에 대한 일정한 국가적 기준과 법적 규제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업은 일반적으로 ‘규제’라는 단어에 긴장하지만, 독립적인 제3자가 기업의 약속 이행을 확인하고 모든 사업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대중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AI를 낙관적으로 볼 것인지 비관적으로 볼 것인지 묻는 질문엔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하라고 요구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며 "AI의 미래를 수동적으로 전망하기보다 사회가 원하는 미래를 먼저 정의하고 이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