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이면 가을야구가 시작됩니다. 올 시즌 KBO 리그는 지난 12일 누적 관중 1104만9504명을 기록하며 역대 두 번째로 1100만 명 관중 고지를 밟았습니다. 지난해 643경기 만에 넘었던 1100만 관중을 올해는 626경기 만에 넘어서며 17경기를 단축했고 전체 626경기 중 절반에 가까운 298경기가 매진됐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세운 역대 최다 관중 1231만2519명 기록도 올해 다시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야구장이 이렇게 붐비는데 정작 팬들 사이에서는 걱정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표를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입니다.
표 암시장도 함께 커졌습니다. 지난 7월 수원의 한 PC방에서는 프로야구 경기 일정과 여러 예매창을 동시에 띄워놓고 티켓을 사들이던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 남성은 프로야구와 공연 티켓 6000여 장을 되팔아 5억3000만원의 판매대금을 올렸고 이 중 3억9000만원을 순이익으로 챙겼습니다.

법과 단속이 촘촘해진 건 분명한데 근본적인 시차 문제는 남습니다. 판매자가 좌석을 확보하고 재판매 게시물을 올린 다음에야 추적과 조사가 시작된다는 예기입니다. 암표상을 적발하고 부당이익을 환수해도 정가에 표를 살 기회를 놓친 팬에게 그 좌석은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팬이 불공정을 체감하는 순간은 처벌 단계가 아니라 예매 단계인데 지금 기술과 제도는 대부분 그 이후에서야 작동하는 셈입니다.
구단과 예매 플랫폼도 매크로 탐지 시스템을 운영 중이지만 차단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우회 기술도 함께 진화합니다. 플랫폼이 수상한 행동을 찾아내는 사이 암표상은 수상하지 않게 보이는 법을 익혀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해외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는 예매 접근 전에 구매자가 실제 사람인지부터 확인하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DJ 피위(앤더슨 팩)의 ‘휴먼스 온리 콘서트’가 대표 사례로 인증을 마친 팬 1000명 이상이 참여했는데 이때 쓰인 인증 기술이 ‘월드(World)’의 월드 ID입니다.월드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등이 공동으로 만든 회사로 ‘오브(Orb)’라는 기기에 홍채를 한 번 스캔하면 중복되지 않는 한 명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월드 ID가 발급됩니다. 이 인증을 예매 앞단에 붙이는 방식이어서 새 예매 시스템을 만드는 게 아니라 티켓마스터 같은 기존 플랫폼 위에 얹는 형태입니다.
다만 홍채라는 민감한 생체 정보를 다룬다는 이유로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조사와 제재를 받았습니다. 국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지난해 관련 재단과 관계사에 홍채 정보를 적법한 절차 없이 수집했다는 이유로 총 11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습니다. 기술은 준비됐지만 제도·신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한국 야구는 1200만을 넘어 1300만, 1400만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좌석이 다 팔렸다는 결과만이 아니라 그 좌석이 누구에게 어떤 과정을 거쳐 돌아갔는지입니다. 팬이 원하는 건 특별 대우가 아니라 정시에 누른 예매 버튼이 봇의 새치기보다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허진 기자 h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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