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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저건 안 통할 때 쓰라는데"…경찰 사용 망설이는 까닭

입력 2026-09-25 18:40  



내년부터 경찰의 허리춤에 기존 38구경 권총과는 다른 ‘저위험권총’이 등장한다. 실탄보다 위력은 크게 낮췄지만 사람의 신체를 약 6cm까지 뚫을 수 있는 엄연한 무기다. 테이저건으로 제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찰의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언제 저위험권총을 꺼내야 할지, 민간인을 향한 실탄 발사에 심리적 장벽이 지나치게 낮아지는 건 아닐지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국민 81% 도입 찬성…경찰은 ‘제압력 부족’ 우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2일 열린 ‘저위험권총 도입에 관한 사회적 수용성’ 공청회에서는 저위험권총의 현장 사용 기준과 법적 책임, 인권 침해 가능성 등을 놓고 전문가와 현장 경찰관들의 의견이 오갔다. 경찰은 내년부터 저위험권총을 현장에 순차적으로 배치할 예정이다.

국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만 20세 이상 국민 80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모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3.9%가 저위험권총 개발 취지가 타당하다고 응답했다. 범죄자 제압이나 시민·경찰관 인명피해 감소, 테이저건 보완 효과 등 긍정적인 기대효과에도 각각 80% 이상이 긍정 답변했다.

다만 우려 사항에 대해서도 60% 내외의 응답률을 보여 저위험권총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61.1%는 위력이 낮다는 인식 때문에 저위험권총이 오남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낮은 제압력으로 위험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응답은 62.4%, 안전성 우려는 58.8%, 오사용으로 인한 사망·중상 가능성을 걱정한다는 답도 56.1%였다.

현장 경찰관의 평가는 국민보다 조금 더 신중했다. 경찰청이 지난달 19~30일 총기 휴대·관리·운영 부서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3197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경찰관 가운데 저위험권총 도입에 찬성한 비율은 73.5%, 실제 사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70.2%로 나왔다. 하지만 시범적으로 직접 쏴본 경찰관만 놓고 보면 도입 찬성률이 48.9%로 절반에 못 미쳤다. 총의 성능과 구성에 전반적으로 만족했다는 비율도 41.7%에 그쳤다.

국민과 경찰의 우려 지점에도 차이가 있었다. 국민은 상대적으로 ‘오남용’을 걱정한 반면 경찰관은 제대로 제압할 수 있느냐를 더 우려했다. 도입에 반대한 경찰관들에게 1·2순위 이유를 물은 결과에서도 ‘낮은 제압력으로 위험 상황 대응이 어렵다’는 답이 59.8%로 가장 많았다.
“왜 38구경 먼저 쐈나” 논란 가능성…사용 기준이 관건

저위험권총은 기존 38구경 권총 실탄의 약 10분의 1 수준 위력의 탄환을 사용한다. 하지만 ‘저위험’이라는 이름과 달리 위험이 없는 총은 아니다. 안전성 검사에서는 탄환이 신체를 약 60mm 관통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는 부위에 따라 중상이나 사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언제 쓸 수 있을까. 현장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면담에서는 경찰봉이나 테이저건만으로 상대를 제압하기 어려운 상황, 또는 주변에 사람이 많아 38구경 실탄을 사용하기 부담스러운 상황 등이 거론됐다.

다만 실제 현장은 매뉴얼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공청회에서도= 지방 경찰관들은 저위험권총과 38구경 권총을 함께 차고있을 경우 생길 수 있는 혼란을 잇따라 질문했다. 한 경찰관이 저위험권총의 공포탄과 실탄을 연달아 발사하고도 상대가 제압되지 않으면 다른 경찰관이 38구경 권총을 사용할 때 다시 공포탄부터 쏴야하는 건지 등이 대표적이다.

어느 총을 먼저 사용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법적 부담도 있다. 현장에서 경찰관이 저위험권총이 아닌 38구경 권총을 먼저 사용했을 경우 ‘왜 덜 위험한 저위험권총을 먼저 사용하지 않았는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반대로 저위험권총부터 사용했다가 제압에 실패해 시민이나 경찰관이 다친다면 ‘왜 처음부터 충분한 제압력을 가진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책임론이 나올 수 있다.

법률 전문가들도 이를 핵심 쟁점으로 꼽았다. 저위험 권총을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을 포괄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경찰관의 현장 재량을 폭넓게 인정해온 대법원 판례를 고려하면 38구경 권총을 먼저 쐈다는 사실만으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저위험권총이 경찰관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는 점에서 인권 침해 우려도 있다. 경찰관이 방아쇠를 당기는 문턱이 지나치게 낮아질 경우 불필요한 총기 사용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찰의 실탄 사용 사례는 많지 않다. 조선대학교 산학협력단과 법무법인 사름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경찰이 38구경 권총 보통탄을 사람에게 사용한 건수는 총 8건이다. 동물에 사용한 건이 18건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차량, 사물 등에 사용한 게 10건이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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