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아프리카는 중국 대신 한국을 선택해야 합니까?”
지난 9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에서 열린 제8차 한·아프리카 경제협력(KOAFEC·코아펙) 장관회의 기자간담회. 한 외신기자가 구윤철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시디 울드 타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총재에게 질문을 던졌다. 중국이 이미 아프리카 통신망 구축과 현지 언어를 지원하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앞서 있는데 한국은 무엇으로 경쟁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구 전 부총리가 내세운 경쟁력은 한국의 발전 경험이었다. 원조를 받던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AI와 결합해 전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비를 사고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암묵지’를 한국의 차별화된 자산으로 제시한 것이다.
출범 20주년을 맞은 이번 회의에는 아프리카 45개국의 재무·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장관급 인사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AI 인프라 확충과 분야별 AI 솔루션 활용, 인재 양성을 3대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시설을 공급하면서 이를 산업과 공공서비스에 활용할 능력까지 함께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케냐의 철도 사업이 대표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케냐는 2014~2015년 항구도시 몸바사에서 내륙 나이바샤 인근까지 이어지는 철도를 건설하기 위해 중국에서 총 50억달러를 빌렸다. 이후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10월 관련 달러화 차관을 위안화로 전환했다. 케냐 정부가 당시 제시한 연간 이자 절감 예상액은 약 2억1500만달러다. 인프라를 확보한 뒤에도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한 협상을 이어가야 했던 셈이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광물과 인프라를 맞바꾸는 계약’이 재협상 대상이 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구리·코발트 합작회사 지분 68%를 확보하는 대가로 도로와 병원 등에 3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그러나 2023년 현지 감사당국은 실제 인프라 투자액이 8억2200만달러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후 양측은 2024년 인프라 투자 약속을 최대 70억달러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아프리카 내부에서도 이런 금융 방식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아킨우미 아데시나 당시 AfDB 총재는 2024년 AP통신 인터뷰에서 자원담보대출의 불투명성과 차입국에 불리한 협상 구조를 지적했다. 미래 자원 수출 수입이 빚을 갚는 데 묶이면 다른 개발사업에 쓸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는 발언 이후 "특정 국가만을 겨냥한 비판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중국 개발금융 방식의 부당함을 직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구체화한 사업이 ‘K-AI 패키지’다. 수자원·보건·에너지·교통·농업 분야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 인프라에 AI 솔루션과 데이터센터, 전력공급시설 등을 함께 지원한다. 국가별 수요와 여건에 따라 데이터가 부족한 곳에서는 데이터 수집부터 지원하고, 한국의 노하우를 소형언어모델(SLM)에 학습시키는 방안도 추진한다.
첫 시범사업은 탄자니아의 AI·디지털 기술교육기관 건립이다. AI와 로보틱스, 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IoT)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할 교육기관을 짓고 교육·실습 기자재와 네트워크, 교육과정을 함께 지원한다. 건물과 장비를 공급하는 단계부터 현지 인력을 육성하는 과정까지 하나의 사업으로 묶었다.
아프리카 스타트업과의 공동개발도 추진한다. 코아펙 신탁기금으로 한국의 AI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하고, 양측 기업이 현지 수요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함께 개발하도록 돕는다. 엘리스그룹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헬스온클라우드와 바로 AI 등이 기술·서비스 개발에 참여한다. 정부는 기업 간 연결과 합작법인 설립을 지원해 현지 사업화로 이어갈 계획이다.
정책과 제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도 협력을 확대한다. 한국과 아프리카 양측은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을 통한 공동연구와 정책자문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에 AfDB의 AI 허브를 설치하기 위한 협력의향서를 체결하고, AI·디지털과 농업·보건 등 7개 분야의 신탁기금 사업 13건도 승인했다. 한국의 기술·발전 경험과 AfDB의 현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다만 현지 여건에 맞는 서비스와 운영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과제는 남아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아프리카 개발자 다수는 딥시크와 알리바바의 큐원(Qwen) 등 중국 AI 모델을 활용해 현지 언어를 지원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학습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공개형 모델이어서 현지 언어와 수요에 맞게 수정·활용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가격 경쟁력과 개방성을 앞세워 현지 AI 생태계에 먼저 자리 잡은 만큼, 한국도 발전 경험을 강조하는 데서 나아가 현지 인력과 기업이 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울드 타 AfDB 총재는 ‘중국 대신 한국을 선택할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한국의 발전 경로와 기술이 아프리카에 유용하다며 “아프리카는 자체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국들과 함께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발전 경험을 각국의 여건에 맞게 적용하고, 지원이 끝난 뒤에도 현지 인력과 기업이 스스로 사업을 운영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한국형 개발협력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