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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때려치우고 연봉 2.7억…28세女 택한 '뜻밖의 직업'

입력 2026-09-25 17:45   수정 2026-09-25 18:04


미국 뉴욕의 한 고액 자산가 집안에서 보모로 일하는 28세의 캐시디 오헤이건 씨. 그는 고용주 가족과 함께 여행하고 명절 등 기념일도 챙기면서 그들의 자녀를 '밀착 케어'한다. 몰디브부터 두바이, 유럽까지 여러 나라에 있는 주택을 오가는 건 덤이다. 연봉은 대략 20만달러(한화 2억7000만원). 시간당으로 따지면 웬만한 사모펀드 운용사 직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25일 이코노미스트와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이처럼 초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엘리트 보모 시장은 날로 호황을 맞고 있다. 인력중개업체 셀러브리티 퍼스널 어시스턴트 네트워크의 창립자 브래이언 대니얼은 2007년 설립 당시만 해도 초부유층을 전문으로 하는 중개업자는 드물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에 이런 업체가 약 1000곳이나 있다고 추산한다. 그는 "부유층의 수요가 끝이 없다"며 "개인 고용 서비스 분야에 뛰어들기엔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슈퍼리치 보모 시장이 커진 것은 이들을 고용할 초부유층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2000년 포브스의 세계 억만장자 명단에 오른 사람은 단 470명이었지만, 올해에는 3428명이 올랐다. 여기에 코로나19 시기 이후 채용이 확대되자 인력 쟁탈전이 벌어지며 보모의 몸값이 더욱 높아지게 된 것이다.

물론 고객들의 요구는 그만큼 까다롭다. 이들은 명문대 학위는 물론이거니와 여러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엘리트' 보모를 찾는다. 깐깐한 비밀유지계약은 필수에, 끊임없이 여행에 동행하고 장시간 일할 의향도 있어야 한다.

근무 강도도 세다. 하루 최소 12시간씩 주 7일을 일한 뒤 그 다음 일주일은 쉬는 '장시간 교대 근무'가 가장 흔한 고용 방식이다. 정규 근무시간이 아니더라도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유명인과 억만장자를 상대하다 보니 "고용주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는 의식도 필요하다는 게 슈퍼리치 보모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초고급 돌봄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불안정한 기업 내 경력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여서다. 오헤이건 씨는 본래 대기업에서 의료영업 일을 해왔으나, 연봉도 넉넉하지 않은데다 성과주의적인 분위기에 번아웃이 왔다. 이에 고급 돌봄 시장으로 커리어를 전환한 그는 현재 자신의 일에 매우 만족한다며 "고된 회사 생활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처럼 기업 생활에 대한 환멸과 고소득 기대가 젊은 고학력자들을 돌봄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초부유층을 따라다니며 함께 초호화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 6월에는 미국에서 부유층 보모들의 생활을 다룬 리얼리티 프로그램 '밀리언 달러 내니스'(Million Dollar Nannies)가 방영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부자가 되는 삶이 아니라 부자에게 고용되는 삶까지 사람들의 선망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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