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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엽 칼럼] 경자유전·주자유택, 철 지난 부동산 해법

입력 2026-09-27 16:52   수정 2026-09-28 00:25

신중 모드인가 싶던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행보가 다시 ‘마이 웨이’다. 얼마 전 기자회견에선 “부동산 투기 공화국 탈피가 중심 과제”라고 선언했다. 해외 순방 중에도 계속됐다.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강남 불패는 이제 과거 얘기가 될 것”이라고 X에 다짐하듯 썼다. 기조연설 직후에는 “경자유전은 헌법, 즉 국민의 명령”이라며 농지 정책 대전환 의지를 천명했다.

투기 근절이야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조마조마한 심정이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예사롭지 않은 톤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 수용성과 정책 정합성이 부족한 과잉 규제·과세로 치달을까 걱정이다.

이재명 정부 부동산시장 동향은 대실패로 끝난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와 판박이다. 대통령이 직접 ‘전쟁 불사’를 선언했지만 아파트값, 전·월세 상승률이 기록적이다. 세 정부 모두 첩첩 규제와 징벌 과세에 매달렸고 그 결과는 급등하는 집값과 감당 못할 자산 양극화다.

이재명 정부의 규제 방식과 수위는 노·문 정부를 압도한다. 최고 5% 보유세, 비거주자 투기꾼 의제(擬制), 거주를 강제하는 ‘주자유택’ 원칙은 누군가에게는 보금자리 박탈 조치에 가깝다. 농사지을 인력이 태부족인 현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농지 전수조사는 처분명령 우려까지 키우는 양상이다.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실패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꼽자면 헨리 조지다. 땅에서 얻은 이익은 불로소득이므로 사회가 공유해야 한다는 토지공개념을 체계화한 인물이다. 그는 경제가 번영해도 빈곤이 여전한 건 지대 인상으로 불로소득을 챙기는 ‘지주 독식 구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해법으로는 불로소득을 100% 세금으로 환수하는 사실상의 토지공유제를 제안했다.

노 전 대통령은 공개념·불로소득론을 토지에서 주택으로 확장해 유례를 찾기 힘든 징벌적 성격의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했다. 문 전 대통령도 임기 내내 ‘불로소득·투기이익 철저 환수’를 외쳤다. 이 정부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연초 “주택은 필수 공공재”라고 정의하자마자 세제당국은 집을 팔지 않고는 납부가 어려울 정도의 중과세안을 뚝딱 만들어냈다.

모두 보유세 중과를 투기의 유일 해법으로 강조하는 조지스트의 작품이다. 노 정부 때는 이정우 초대 정책실장이 강성 조지스트였다. 문 정부의 부동산을 주무른 김수현 정책실장도 토지공개념주의자다.

이 대통령의 ‘경제 멘토’ 강남훈 교수(기본사회위원회 부위원장)도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이라는 책을 쓴(공저) 조지스트다. 국정기획위원장을 맡아 집권 5년 설계도를 그린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역시 강 교수와 10년 넘게 정책 보조를 맞춰왔다.

지난달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 대토론회도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 정세은 충남대 교수 등 조지스트 학자들이 주도했다. 한국 최초 ‘헨리 조지 박사’인 남 소장은 2016년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부터 부동산 정책을 조언 중이다. 정 교수는 조지스트 학술단체 한국토지정책학회 핵심 멤버다.

헨리 조지의 관점은 오래전부터 진보정치 전반에서 확산 중이다. “주택시장의 모든 이익은 국민이 공유해야 한다”던 노 전 대통령 발언이 2005년이다. 30여 년 전부터 헨리 조지를 띄워온 유시민 작가 등의 영향일 것이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 추미애 경기지사도 토지공개념의 열렬한 지지자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헨리 조지의 해법대로 모든 토지에 1% 보유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정치권의 높은 인기와 달리 토지 불로소득론, 주택 공공재론은 학계에서 찬밥 신세다. 동의하는 학자가 거의 없고 경제학 교과서에서도 한 줄 설명이 없다. ‘노동만이 가치의 원천’이라는 노동가치설류의 변종적 사고에 불과해서다. 수익의 사회적 공유를 받아들이면 손실의 사회적 보전도 인정할 수밖에 없고, 이런 체제는 작동 불능이다. 토지·주택처럼 귀한 자산일수록 사유화해야 잠재력이 최고로 발현된다. 자신의 노동력을 사유하지 못한 노예제도에서는 인간의 잠재력도 파괴되기 마련이다.

이론적·현실적 정당성을 결여한 마이 웨이는 여러 무리수의 개연성을 높인다. 새삼 대동세상을 강조하고 나선 대통령이 ‘토지공개념 본격화’로 정면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자유전, 주자유택 같은 헨리 조지식 관념적 해법의 끝없는 변주라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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