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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AI 핫라인

입력 2026-09-27 16:49   수정 2026-09-28 00:24

냉전 시대인 1963년 미국과 옛 소련은 워싱턴DC와 모스크바를 잇는 직통 통신망 구축에 합의했다. 한 해 전 쿠바 미사일 위기로 핵전쟁 문턱까지 간 사건이 계기가 됐다. 흔히 ‘레드폰’으로 불리지만 처음부터 전화기 형태는 아니었다. 텔레타이프를 이용한 문자 통신망으로 시작됐다. 목적은 서로의 오해와 오판으로 핵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다.

강대국 간 핫라인 구축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미국과 중국은 1997년 정상회담에서 대통령 간 직통 연락망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이듬해 협정에 서명하며 양국 정상 간 보안 채널이 개설됐다.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과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그해 5월 인도·파키스탄 핵실험 사태와 관련해 이 회선을 처음 사용했다. 2008년에는 양국 국방부 사이에도 직통 전화선이 개설됐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상대 의도를 신속히 확인할 통로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핫라인의 대상은 이제 핵무기에서 인공지능(AI)으로 확대됐다. 최근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AI를 핵심 의제로 다뤘다. 백악관은 “양국이 ‘초지능(SI) 대화’를 신설하고,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소통할 양자 간 통신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를 ‘AI 대화’라고 표현했다. 용어에는 온도 차가 있지만 사고를 막기 위한 소통 필요성에는 뜻을 같이한 셈이다.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거나 사이버 공격, 군사적 오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어서다.

AI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은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규제 철학은 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I 개발 규제에 선을 그은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인간의 통제와 관리 책임을 강조했다.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할수록 위기관리 채널 가동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한국도 AI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 못지않게 위험을 통제하고 국제 규범을 마련하는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기술 발전이 재앙이 되지 않으려면 안전장치를 구축하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안정락 논설위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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