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제주도립미술관 주차장에서는 ‘제주비엔날레’로 주차 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예상보다 많은 관객이 몰린 덕분에 미술관은 개막 후 보름 만에 행사 리플릿을 추가로 찍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제주비엔날레는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구도심의 제주아트플랫폼(옛 아카데미극장)·예술공간 이아(옛 제주대병원)·갤러리 레미콘(옛 명승호텔) 등 다섯 곳에서 열리고 있다.
화산암으로 이뤄진 공원, 구도심의 폐극장과 옛 호텔 등을 전시장으로 활용해 지역색을 살렸다.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이 예술감독을, 독립기획자 이병희가 총괄 큐레이터를 맡아 20개국에서 온 예술가 69팀의 작품을 전시했다.
올해 주제는 ‘허끄곡(섞고) 모닥치곡(모으고) 이야홍(제주 민요의 후렴구)’, 한데 뒤섞여 흥을 돋운다는 뜻의 제주어다. 외부의 영향을 받아들이면서도 제주만의 개성을 지켜 온 역사와 특색을 전시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제주도립미술관에 전시된 이진경의 설치작품 ‘나는 그 초록인가’가 단적인 예다. 인사동 쌈지길 간판 글씨체로 잘 알려진 ‘이진경체’를 창시한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추사 김정희 등 제주로 유배를 온 이들의 삶, 제주가 당한 수탈과 수난의 기록, 이를 이겨내고 살아남은 사람들을 글과 그림으로 조명했다.
구도심 전시장 중 가장 인상적인 곳은 옛 아카데미극장 5층이다. 관객이 무대에 서서 바라본 객석에는 사람 대신 얼굴 그림 수십 점이 앉아 있다. 제주 사람들이 자기와 이웃, 할망과 삼촌(제주에서 이웃 어른을 부르는 말)을 그린 초상화다. 이 작품은 우크라이나 작가인 자나 카디로바가 세계 여러 극장을 돌아다니며 지역 사람들의 초상화를 객석에 전시하는 연작 ‘퍼포먼스’ 중 하나다.
제주의 돌과 바람을 살린 작품도 있다. 송필의 ‘실크로드, 전설’은 가지각색의 제주 화산암으로 가득찬 돌문화공원 야외에 전시돼 있다. 등에 큰 돌을 짊어진 산양, 달리는 말 등을 조각했다. 전시는 11월 15일까지.
제주=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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