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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년 살던 집에서 쫓겨났다"…87세 노인 사연에 '분노 폭발'

입력 2026-09-28 18:02   수정 2026-09-29 00:39


스페인과 미국 등 세계 전역에서 주거비가 치솟아 주택난이 심화하고 있다. 사모펀드와 부동산 투자 회사 등 민간 임대사업자와 임차인 간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페인 국민 수만 명은 지난 26일 수도 마드리드 시내를 행진하며 주거비 인하와 세입자 보호 조치 강화를 촉구했다. 이번 시위는 87세 여성 세입자인 마리아 델 카르멘 아바스칼이 주거지에서 강제 퇴거당하면서 촉발됐다. 마드리드에 살던 그는 23일 71년간 거주한 아파트에서 쫓겨났다. 경찰이 문을 부수고 들어온 뒤 아바스칼이 들것에 실려 나가는 퇴거 현장 영상이 스페인 전역에 퍼지면서 여론이 폭발했다.

1956년부터 이 주택에 거주한 아바스칼은 임대료 상한 규정에 따라 500유로(약 77만원)의 월세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 아파트 주인이 된 부동산 투자 회사가 부친 명의의 임대료 계약이 아바스칼에게 승계될 수 있는지를 법적으로 문제 삼았다. 이후 회사는 월세를 2650유로(약 410만원)로 대폭 올렸다.


주거비 급등으로 국민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 사건이 민심에 불을 지핀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웹사이트 아이디얼리스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마드리드 임대료는 61% 올랐다.

미국에서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사모펀드 등 기관투자가의 임대용 주택 매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FT 자체 분석에 따르면 올해 중간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주거비 급등 원인으로 사모펀드와 기업형 임대사업자 등 기관투자가를 꼽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접전 지역 상·하원 후보 가운데 24명 이상이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가의 주택 매입, 소유를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공화당에서도 기관투자가의 주택 매입을 비판하고 있다. 아이오와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애슐리 힌슨 공화당 후보는 “거대 기관투자가들이 주택시장에 뛰어들어 생애 첫 주택을 사려는 가정과 경쟁하는 것은 주택 구입자의 좌절감만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기관투자가의 주택 매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연방기관에 대형 기관투자가의 단독주택 투자를 제한하고, 이들의 주택 매입에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검토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주택업계에서는 기관투자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반론도 나온다. 그레그 브라운 미국아파트협회 수석부회장은 “다양한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려면 기관투자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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