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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된 초보 정치인"이라더니…李·젤렌스키 또 충돌 [정치 인사이드]

입력 2026-09-28 19:19   수정 2026-09-28 19:26

"6개월 된 초보 정치인"이라더니…李·젤렌스키 또 충돌 [정치 인사이드]


이재명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묘하게 꼬인 인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4년 전 대선 후보 시절 젤렌스키 대통령을 "6개월 된 초보 정치인"이라고 지칭했다가 논란 끝에 사과했다. 대통령 취임 뒤에는 처음으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마주 앉아 북한군 포로 문제 해결에 뜻을 모았지만, 불과 두 달여 만에 바로 그 포로 문제를 놓고 양국이 정면충돌하는 상황을 맞았다.

28일 외교가에 따르면 갈등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23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에 보냈다고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한국 정부는 포로와 가족의 안전, 남북·한러 관계 등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송환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이 대통령은 이튿날 직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북한 포로 국내 송환 문제는 외교, 안보, 한반도 정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매우 예민한 의제"라며 "공개로 생길 여러 문제를 생각할 때 비공개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타당했고 그렇게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를 향해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공개했다"며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많이 아쉽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우리 군인들이 포로로 잡은 이들을 어디론가 그저 비밀리에 보내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보좌관 드미트로 리트빈은 "그런 합의는 없었다. 사실이 아니다"라며 비공개 합의 자체를 부인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전날 밤 우크라이나 측이 먼저 자국 내 여론 등을 이유로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하지 말자고 요구했고 양국이 이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사전 협의 없이 이를 공개한 데 이어 비공개 합의 자체까지 부인한 것을 두고 "양국 정부 간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우크라이나 측 설명을 "허위 공보"라고 규정하고 "합의에 위반한 일방적 공개와 '비공개 합의 사실이 없다'는 허위 공보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며 이례적 강경 대응에 나섰다. 또 "양국의 우호 관계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라며 추가 조치 검토 방침도 밝혔다.

두 사람의 관계가 처음 삐걱거린 것은 이번이 아니다. 2022년 2월 25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이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언급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직접 사례로 들었다. 당시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6개월 된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 나토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결국 충돌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를 "외교의 실패가 곧 전쟁을 불러온다는 아주 극명한 사례"라고 거론하면서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외교·안보관을 비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직후 피해국 정상에게 전쟁 책임을 일부 돌린 것처럼 들릴 수 있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나왔다. 당시 이 대통령의 발언을 다룬 외신 기사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까지 확산됐고,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 후보의 발언과 사과를 다룬 기사를 자신의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당시 여권 인사들의 발언도 논란을 키웠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두고 "지도력이 부족한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이 감당하지 못할 위기를 자초한 것"이라고 했고, 박범계 당시 법무부 장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아마추어 대통령'으로 표현한 기사를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대통령은 하루 뒤 진화에 나섰다. 그는 "제 본의와 다르게 일부라도 우크라이나 국민 여러분께 오해를 드렸다면 제 표현력이 부족했던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폄하한 것이 아니라 윤 후보의 불안한 외교·안보관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고 고유한 역사와 문화와 전통을 지켜나가려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정부의 입장과 노력을 전폭 지지한다"며 "러시아의 침략 행동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며칠 뒤에는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와 화상 면담을 하고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며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나 대통령이 된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처음 정상으로 마주 앉았다. 당시 분위기는 우호적이었다. 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1억달러 규모의 포괄적 지원 방침을 설명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지원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두 정상은 특히 우크라이나가 생포한 북한군 포로 문제를 두고 "당사자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하여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뜻을 모았다.

공교롭게도 당시 협력 의제로 올랐던 북한군 포로 문제가 두 달여 만에 양국 관계를 흔드는 갈등 요인이 됐다. 이날 정치권의 공방도 한층 격화됐다. 육군 대장 출신으로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이날 우크라이나를 향해 "정부 간 신의를 지키지 않고 정상 간 합의를 무시하는 국가"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인도적 지원, 1억달러 경제적 지원을 했지만 돌아온 건 정상 간 합의 파기, 허위 사실 공보 발표였다"며 "정부 간 신의를 지키지 않는 국가, 정상 간 합의를 무시하는 국가에 지원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즉각 우크라이나 지원을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정부의 초기 설명 방식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 등을 거론하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취지로 "좋은 입들 뒀다 어디 쓰느냐"고 말했다. 박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에서는 정보위원인 자신에게조차 관련 설명이 없었다며 "우리 여당 의원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라는 정부의 여당 무시냐"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야권에서는 정부가 북한의 반발을 의식해 송환 사실을 숨기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이 대통령이 무슨 핑계를 대든 김정은에게 불쾌한 일이니 숨기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교관 출신인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들의 한국행을 공개했을 때 정부가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은 외교채널을 가동하는 것"이라며 "양국 대통령실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를 만드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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