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1894만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그러나 1인당 지출액(1156달러)은 2019년(1185달러)보다 줄었고, 일본(1501달러)의 77% 수준에 그쳤다. 이에 양적 성장에 이어 이제는 한국에서 얼마나 더 오래 머물고, 많이 쓰게 할지가 인바운드의 다음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법 가운데 하나로 '의료관광'을 주목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방한 외국인 환자는 2023년 61만명에서 2025년 201만명으로 2년 새 세 배 넘게 늘었다. 2024년 기준 이들의 1인당 소비액은 399만원으로 일반 관광객(160만 원)의 2.5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출을 보면 의료업종이 38.3%를 차지하고, 나머지 61.7%는 숙박·쇼핑·식음료·교통 등 병원 밖에서 발생했다. 특히 피부과·성형외과가 외국인 환자의 68%를 차지했다.

야놀자리서치는 고부가가치 인바운드의 앵커, K-의료관광 보고서에서 의료를 체류와 소비를 함께 붙잡는 인바운드의 '앵커'로 규정했다. 이관영 부연구위원은 "1인당 지출이 정체된 시장에서 평균을 끌어올릴 잠재력이 큰 세그먼트"라고 설명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KCTI)이 일본·싱가포르·베트남·태국 관광객의 지출을 6개 도착국(한국·일본·홍콩·싱가포르·미국·호주)에서 비교한 결과 의료가 지출 비중 1위 업종인 나라는 한국(20.1%)이 유일했다. 한국 외 도착국에서 의료 비중은 1.1~8.9%에 그쳤다.

국적별로 방한 시 의료 지출 비중은 일본 22.3%, 태국 18.2%, 싱가포르 17.2%, 베트남 7.6%였다. 같은 일본인 관광객이 홍콩·싱가포르·미국·호주에서는 식당과 숙박에 가장 많이 쓰지만, 한국에서는 의료와 프리미엄 쇼핑에 지출이 몰렸다. KCTI는 4개국 모두에서 의료를 '한국 지출 집중 업종'으로 분류했다.
의료·뷰티 수요는 지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인바운드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올해 7월 부산 지역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5배 늘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4월 정점 이후 여름으로 갈수록 거래액이 줄었지만, 올해는 4월 이후에도 매월 증가했다.
의료 분야의 거래 증가도 두드러졌다. 올해 신규 입점한 부산 피부과 카테고리가 1~7월 전체 거래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건강검진 등 기타 의료 카테고리 거래액은 약 37배 늘었다. 예약 국적은 대만 관광객이 약 57%로 가장 많았고 일본·홍콩이 뒤를 이었다.
의료관광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제도는 아직 관광객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놀자리서치는 외국인 환자가 한국 의료를 인지하고 예약한 뒤 재방문하는 과정에서 제도가 온라인 광고, 유치 주체, 세제 등 관광객의 이동 경로에 맞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봤다.
우선 광고 규제가 걸림돌이다. 외국어 의료광고 특례가 공항·면세점 등 물리적 장소에 한정돼 외국인 환자가 출국 전에 확인하는 외국어 홈페이지나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치료경험담과 시술 전후 사진 등을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치 단계에서는 여행자보험을 취급해 보험대리점으로 등록된 일부 여행 플랫폼의 외국인 환자 유치가 제한되고, 피부·성형 시술에 대한 외국인 부가가치세 환급 특례는 지난해 말 일몰됐다.
야놀자리서치는 제도를 일괄적으로 완화하기보다 무엇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정보 검증·사고 대응·사후관리 등 소비자 보호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온라인 의료광고 기준을 명문화하고, 외국인 환자 유치 주체와 플랫폼의 노출·수수료 기준을 정비하는 한편, 환급 특례의 효과를 병원 밖 소비와 세수까지 포함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환급 특례 종료 이후의 소비 흐름도 주목된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의 의료업종 카드당 평균 지출은 30.1% 늘었지만, 이용 카드 수는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야놀자리서치는 이를 두고 환급 특례 종료 이후에도 의료 관련 지출이 늘었지만, 환율과 기저효과 등 다른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어 특례 종료의 직접적인 효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정책 변화도 시작됐다. 법무부의 의료관광 비자 개선, 문화체육관광부의 치유관광산업법 시행, 보건복지부의 비대면 진료 근거 마련에 이어 외국인 환자 유치 주체와 환급 특례 관련 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됐다. 다만 온라인 의료광고처럼 외국인 관광객의 정보 탐색 단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별도의 판단 기준이 여전히 미비하다는 게 야놀자리서치의 분석이다.
의료관광의 산업적 가치는 환자 수 자체보다 환자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발생하는 소비에서 드러난다. 2024년 외국인 환자 지출의 61.7%가 병원 밖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다. 숙박·쇼핑·식음료·교통 등으로 소비가 이어진다면 의료관광은 의료서비스에 국한되지 않고 인바운드 관광의 객단가를 높이는 수요로 연결될 수 있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경쟁국은 규제를 푼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디까지 허용하는지를 명확히 정해 두었다"며 "의료관광의 성과도 환자 수와 진료비뿐 아니라 체류일수·재방문율·지역 소비까지 여정 단위로 평가해야 한다. 지금이 흩어진 제도 개선을 하나의 관광객 여정으로 연결하고 이를 K-의료관광의 실질적 경쟁력으로 전환할 적기"라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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