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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직원 월세를 세금으로 낸다고?"…2000억 예산 논란

입력 2026-10-01 06:36   수정 2026-10-01 07:38


정부가 내년 호남 반도체클러스터의 기업·입주기관 지원 예산으로 2000억원을 편성하면서 근로자 주거 지원을 용도에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지원 자격과 한도를 제시하지 않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직원의 주거비까지 세금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제출받은 '2027년도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회계 예산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서남권 반도체클러스터 조성 통합재정지원'에 1조5000억원을 편성했다.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총 6조원을 전액 국비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출연하는 사업의 첫해 예산이다.

산업부는 이 가운데 '기업 및 입주기관 지원'에 2000억원을 책정하고 용도로 '근로자 주거·정주여건 등'을 명시했다. 사업 수혜자는 '반도체기업·입주기관'으로 규정했다. 내년 추진계획에는 기업 투자와 직접 연계되는 핵심 기반시설과 정주여건을 우선 지원한다고 적었다.

정부의 서남권 투자계획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기씩, 총 4기의 메모리 팹을 짓는 내용이 담겼다. 최 의원은 주거지원 대상을 제한하지 않으면 이들 대기업 근로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특별회계의 용인·평택 등 반도체 특화단지 기반시설 지원사업에는 전력·도로·용수만 포함돼 있고 근로자 주거는 명시돼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상·한도 없이 예산부터 편성"
최 의원실은 예산 설명자료에 지원 한도와 대상 자격, 기업 분담 원칙, 지원 방식에 관한 기준이 없다고 밝혔다. 국비 출연금은 통합특별시의 반도체지원계정에 들어간 뒤 연도별 사업시행계획에 따라 구체적인 용도가 정해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국회가 예산을 심사하는 단계에서는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최 의원은 기숙사·사택 건립비 보조나 공공 임대주택 공급뿐 아니라 근로자 개인의 임차료·전세보증금·주택자금 대출이자 지원 등으로 쓰일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봤다. 다만 이들 방식이 실제 사업으로 결정됐다는 뜻은 아니다. 산업부는 설명자료에 "상기 사업은 현재까지의 수요조사 및 기업수요 파악 결과 등을 참고한 활용 예시로, 개별사업의 지원 여부 및 규모를 확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최 의원실은 지원 인원이나 세대수, 단가 등 구체적인 산출근거 없이 2000억원을 편성한 점도 문제로 꼽았다. 분야별 세부 산출내역에는 제목과 금액만 제시돼 있다는 설명이다. 지원 내용을 추후 정하도록 한 채 예산을 먼저 요구하는 방식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존 산단 지원과 형평성 논란
최 의원은 기존 산업단지 주거·환경개선 사업과 재원 조달 방식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산업단지 환경개선펀드는 정부 출자금으로 민간투자를 유치해 임대형 기숙사와 편의시설 등을 조성하고, 지분투자·대출 방식으로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반면 서남권 사업은 지방비나 기업 분담 없이 전액 국비를 출연하도록 편성됐다는 것이다.

예산 규모도 비교 대상으로 제시했다.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부가 지난해 선정한 전국 노후산단 66곳의 환경개선에 지원하기로 한 4년간 국비는 1870억원이다. 서남권 클러스터의 '기업 및 입주기관 지원'에는 이보다 많은 2000억원이 한 해 예산으로 편성됐다. 다만 두 사업은 지원 대상과 세부 사업 구성이 달라 동일한 주거지원 사업 간 비교는 아니다.

사업 추진에 필요한 절차도 남아 있다는 게 의원실의 설명이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는 출연 근거를 마련할 특별법 개정을 전제로 조건부 의결됐으며, 면제 확정과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는 아직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출연의 법적 근거가 될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최 의원은 "산업단지 근로자의 주거 여건 개선은 필요하지만 , 그동안 정부는 중소기업과 청년 근로자를 중심으로 민간투자와 지방비 매칭을 전제로 지원해 왔다"며 "정부가 이 원칙을 뒤집고, 지난해 9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대기업의 직원 주거비까지 국민 세금 100%로 대줄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은 명백한 특혜 구조"라고 지적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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