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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폐지 D-1…"앞으로 국민이 스스로 자력구제해야"

입력 2026-10-01 14:01  

"지옥문이 열린다. 안전벨트는 없으니 의자를 꼭 잡으시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하루 앞둔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검찰 폐지, 내일부터 지옥문이 열린다' 정책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날 참석한 법조계 전문가들은 검사의 보완수사요구만으로는 형사사법 체계가 작동할 수 없다며 미제 사건 폭증, 구속 피의자 석방, 중대범죄수사청 마비, 특별사법경찰 통제 공백 등을 경고했다.
◇ 강동범 "보완수사요구만으론 못 돌아가"
강동범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과거에는 검찰이 경찰 수사가 부족하면 직접 보완수사를 하거나 수사지휘를 하고 중요 사건은 직접 수사도 하는 병렬적·복층적 시스템이 완벽하진 않아도 잘 돌아갔다"며 "지금은 경찰·공수처·중수청 세 수사기관 중 공수처와 중수청은 수사 범위가 제한돼 있고, 각자 영역에서 수사하면서 누구도 위에서 들여다볼 수 없는 분절적·단절적 구조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보완수사요구만 하게 되면 요구받은 쪽은 이미 한 번 한 것이어서 제대로 실현하기 어렵고 요구한 쪽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며 "그러다 보면 사건이 왔다 갔다 핑퐁이 되고, 요구받은 쪽에서 불송치로 셀프 종결할 수도 있다. 결국 사건이 묻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지금 경찰이 갖고 있는 보완수사요구 건수에 검사가 보유한 사건까지 다 넘어오는데 인력을 늘린다고 해도 수사 역량이 갑자기 생기지는 않는다"며 "지연을 막겠다고 이행 기간을 과거 수사준칙의 3개월에서 1개월로 줄였는데 그러면 사건의 늪에 빠져 부실 수사 위험만 커진다"고 지적했다.
◇ 송영훈 "미제 16만건, 3개월 유예로 해결 안 돼"
송영훈 변호사는 검찰 미제 사건 16만4826건을 거론하며 "지난해 보완수사요구 건수는 10만4988건으로 2024년 대비 29.5%, 2022년 대비 42.7% 증가했다. 미제 사건 대부분이 석 달 안에 보완수사요구로 경찰에 내려가면 경찰 수사는 당연히 막힌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공포된 대통령령 부칙이 공소시효 완성이 임박한 사건 등에 한해 검사가 법 시행 후 3개월간 수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한 데 대해서는 "'임박'이 두 달인지 일주일인지 모르고 '검사의 수사가 불가피한 사건'처럼 추상적 요건까지 뒀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정법은 수사 과정의 중대한 위법을 공소기각 사유로 추가했는데, 검사가 부칙에 기대 수사해 기소했다가 법원이 공소기각하면 범인을 처벌할 수 있겠느냐"며 "내가 일선 검사라면 부칙을 이용해 수사하지 않고 그냥 보완수사요구를 내려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국 특사경 2만 명은 원래 일반 공무원이라 법 지식이 부족해 검사 지휘로 사건을 처리해 왔는데, 이번 개정법으로 검사의 지휘권을 끊고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도 못 쓰게 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특사경이 법리를 놓쳐 증거를 위법하게 수집하면 무죄 판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아울러 "검사 지휘 대신 시장·도지사·구청장의 지휘를 받게 되면 식품위생 단속 특사경이 자치단체장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괴롭히는 사병처럼 이용될 수 있다"고도 했다.
◇ 김예원 "구속 사건 보완수사 막아…보복 범죄 우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 변호사는 "구속은 증거를 많이 모았느냐가 아니라 도망갈 염려 등으로 판단하는 것이라 경찰 10일·검찰 10일 안에 사소한 것까지 보완하면서 기소하기도 빠듯했는데, 구속 사건에 대해 (검사의) 보완 자체를 아예 막아놨다. 아동학대·가정폭력·노인학대 가해자들을 어설프게 구속했다가 풀어주면 보복 범죄를 어떻게 감당하려는 것이냐"고 따졌다.

현장 상황에 대해서는 "검찰·경찰 수사관에게 사건을 어디로 보내느냐고 물어도 '저도 모르겠어요'라는 답만 돌아온다. 수장이 공석이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데 지침이 나올 수 없다"며 "가장 큰 문제는 수사 통제가 허물어진다는 것이다. 지금 구조는 보완수사요구라는 깔때기 하나로만 수사를 통제하는데 이는 지난 5년간 실패가 입증된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이행 시 징계하겠다지만 수사관들 마음은 '그럼 징계하세요'다. 바디캠을 차라, 피해자 면담을 녹음하라고 하면서 증거로 쓸 수 있게 법은 안 고쳤다. 이런 디테일을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보완수사요구로 돌아갈 것이라는 믿음만으로 제도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7대 사회적 약자 범죄 규정에 대해서는 "장애인 학대 사건도 누가 신고하느냐에 따라 폭행·임금체불·학대로 죄명이 달라진다"며 죄명을 기준으로 대상을 한정한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선변호인을 붙여준다지만 수술실을 다 부숴놓고 간병인을 붙여주는 격이고, 피해자가 검사 앞에서 두세 시간 울면서 진술해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법에 박아놨다"고 날을 세웠다.
◇ 한동훈 "형사사법 시스템은 단순해야"
한 의원은 "제도는 인간의 본능인 게으름과 이기심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보완수사만 요구하게 되면 경찰은 미루고 검찰은 자기 사건이 아니니 피해자 편에서 파고들 제도적 이유가 없다. 검사는 판사처럼 굴면 되는 세상이 온 것"이라며 "사건을 처리하는 시간은 늘어지고 결과는 조악해질 것이며, 사회적·경제적 힘에 비례해 다른 결과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검찰 제도는 수사뿐 아니라 애매한 건 다 자기 책임으로 해서 공백과 분절을 막아온 것인데 이걸 끊어버렸다. 그 중간을 국민이 스스로 자력구제해야 한다. 나라를 망친 것"이라며 "서영교 법사위원장, 김용민 의원이 만든 제도다. 그분들의 평소 언행과 수준을 생각해 보라. 묘비에 '검찰을 내가 없앴다'고 쓰고 싶겠지만 그 묘비명에는 대한민국을 망쳤다는 글귀가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이 제도로 오랫동안 밥 먹고 산 저도 한 시간 보면 알겠다가 다음 날 보면 모르겠고 까먹는다"며 "형사사법 시스템은 비효율을 참아야 한다는 말도 맞지만, 역설적으로 대단히 단순해야 한다. 쉬운 것과는 다른 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계식 시계의 명품 무브먼트가 왜 명품인지 아느냐. 싸고 단순하고 별 기능이 없다. 형사사법 시스템은 이래야 고장이 나지 않는다"며 "(다만) 이미 망가졌고 조금 더 고치고 고칠 단계는 지나갔다. 지옥문이 열린다. 안전벨트는 없으니 의자를 꼭 잡으라"고 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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