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앞서 알뜰주유소의 재정 보전책까지 마련했지만 최종 단계에서 이를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정유사와 알뜰주유소 측의 정산액 차이는 1600억원대로 벌어졌고 비용 부담에 내몰린 민간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은 결국 정유사와의 법정 다툼을 택했다. 정책 변화로 발생한 비용을 정부가 사실상 민간에 전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2026년 9월 5일자 A05면 참조
1일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석유제품 판매 최고가격제 운영규정’ 초안에는 알뜰주유소 정산차액과 정유사 손실을 각각 재정으로 보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초안 제5조 제6항은 알뜰주유소 사후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액을 정부가 보전할 수 있도록 했고 제8조에는 국제가격과 환율 변동에 따른 정유사 손실 지원 근거를 뒀다.
정부는 이 초안을 토대로 알뜰 측을 포함한 이해관계자 의견도 수렴했다. 하지만 3월 13일 확정된 고시에서는 알뜰주유소 정산차액 보전 조항만 빠졌다. 산업부는 삭제 배경에 대해 “관련 업계의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며 다양한 대안을 검토했다”며 “제도의 취지와 제반 여건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최종안을 마련했다”고 답했다.

제도가 시행된 이후 알뜰 측과 정유사 간 갈등이 불거졌다. 정유사는 기존 계약대로 3월 전체 국제가격 평균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알뜰 측은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13일부터 가격 상한을 정산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맞섰다. 양측 계산에 따른 정산액 차이는 총 1609억6000만원으로 농협 858억3800만원, 한국도로공사 454억7200만원, 한국석유공사 296억5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도로공사 명의로 정유사와 계약을 맺고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민간 사업자들은 해당 정산 비용을 직접 부담할 처지에 놓였다. 일부 사업자는 최근 법무대리인을 선임하고 정유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 알뜰 공급 입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책 변경에 따른 손실을 누가 부담할지가 불분명한 상태가 이어지면 정유사들이 그 위험을 입찰가격에 반영하거나 공급물량을 줄이고 입찰 참여를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이 수출 등 다른 판매처로 물량을 돌릴 경우 알뜰주유소가 안정적으로 싼 기름을 공급받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도 관련 손실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최고액 정산위원회는 정유사들로부터 알뜰주유소 공급분의 계약단가와 최고가격 간 차액을 별도로 제출받고 있다. 다만 이 차액을 실제 보전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윤 의원은 “정부가 알뜰주유소 운영사와 정유사 간 정산 문제를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도 외면한 것”이라며 “초안에 있던 보전 조항이 최종 고시에서 빠진 경위와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산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번진 만큼 재정 지원을 포함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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