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출신 고급 맞춤복 디자이너 아이리스 반 헤르펜은 과학기술을 일찌감치 옷의 일부로 끌어들였다. 그는 3D 프린팅과 레이저 커팅 같은 새로운 제작 방식을 전통적인 드레이핑과 수작업에 결합했다. 올가을 파리 오트쿠튀르 위크에서 선보인 ‘헬릭스 네뷸라’ 드레스에는 착용자의 어깨를 감싸는 유리관 속에 플라스마를 흘려보냈다.
일본 브랜드 앤리얼리지는 기술 자체를 옷의 표면으로 가져왔다. 올해 FW 컬렉션에서는 LED를 의상에 삽입해 주변 이미지를 옷 위에 띄우는 ‘광학위장’ 효과를 구현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디지털 의상 사이에 꽃무늬 셔츠와 프린지 데님 같은 아날로그적인 요소를 함께 배치했다는 것이다.
국내 디자이너들도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컬렉션 주제로 끌어들이고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 한나신은 올해 서울패션위크에서 AI와 3D 프린팅, 로보틱스를 수공예적 기법과 구조적인 실루엣에 결합한 ‘테크 쿠튀르’를 선보였다. 특히 주변의 소리를 인식하는 에이전틱 AI 기술을 의상에 접목해 옷이 외부 환경에 반응하도록 했다. 박윤희 디자이너가 이끄는 그리디어스는 아예 휴머노이드 로봇을 런웨이에 세워 기술을 패션 무대로 끌어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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