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발생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의 가파른 상승세(국채 가격 급락)가 또다시 국채 매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시작된 국채 매도가 손실을 줄이기 위한 금융회사의 추가 매도를 촉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9월 한 달간 0.5%포인트 넘게 급등해 연 5.3%로 올랐다. 2007년 이후 최고치다. 월간 상승폭으로는 2022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FT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가 이렇게 큰 폭으로 움직인 것은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지난달 중순부터는 손실폭을 줄이기 위한 금융회사들의 국채 매도가 금리 추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슈 스콧 얼라이언스번스타인 글로벌트레이딩책임자는 “최근 미국 장기 국채를 강제로 내다 판 주요 투자자 가운데 헤지펀드와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프리야 미스라 JP모간 포트폴리오매니저도 “무엇이 이 흐름을 끊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런 상황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주택저당증권(MBS)을 대규모로 보유한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국채 매도세가 거셌다. 시중 금리가 오르면 담보대출을 조기 상환해야 할 유인이 줄어들면서 MBS의 원금 회수 기간이 길어진다. 채권 투자자는 그만큼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이 커지므로 관련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미국 국채 같은 다른 장기채를 매도하게 된다. 암루트 나시카르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미국 국채 선물시장에 대규모 포지션을 보유한 레버리지 펀드들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등 시장의 다른 영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채 금리 급등을 투자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채권 가격이 크게 떨어진 만큼 신규 투자자는 과거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채권이 다시 전통적인 분산투자 수단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할 요인이다. 로이톨드그룹에 따르면 올해 주식과 채권 가격이 2021년 이후 처음으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식 60%, 채권 40%로 자산을 배분해 한쪽이 하락할 때 다른 쪽의 상승으로 변동성을 줄이는 전통적 포트폴리오가 오랜만에 작동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채권시장에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채권형 펀드에 들어온 자금은 2021년 이후 각 해의 연간 유입액을 넘어섰다.
다만 인플레이션 우려로 장기 금리가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어 장기 채권보다는 금리 변동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단기·중기 채권을 중심으로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다. 콜린 마틴 찰스슈와브 금융연구센터 책임자는 “만기가 다른 여러 채권에 나눠 투자하는 것도 금리 변동 위험을 분산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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