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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돼도 '5년간 중견기업 혜택' 받는다

입력 2026-10-01 17:52   수정 2026-10-01 20:15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더라도 최초 5년간 중견기업 지위와 혜택을 그대로 유지해주는 ‘졸업유예’ 제도가 처음 도입된다. 규모가 커지면 지원은 끊기고 규제가 한꺼번에 늘어나 기업이 성장을 꺼리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을 깨기 위한 조치다.

산업통상부는 1일 충남 아산에 있는 반도체 후공정 중견기업 하나마이크론에서 김정관 장관 주재로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3차 중견기업 성장 촉진 기본계획’(2026~2030)을 발표했다. 핵심은 무너진 기업 성장사다리를 복원하는 데 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도약하는 선순환을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중견기업 졸업유예 제도가 안착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공정거래법 등 다른 부처가 맡고 있는 대기업 차등 규제 법령과의 충돌을 해소하고, 세법도 함께 개정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중견기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부처 간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유예 혜택 범위를 조율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독자적 기술력과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앵커형 중견기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대학, 연구기관 등이 협력해 10대 초격차 시스템 기술을 확보하는 ‘데카코어 프로젝트’에 2035년까지 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앵커형 중견기업에 1兆…10대 초격차 기술 확보
반도체 장비·자율주행 시스템 등 2035년까지 '데카코어 프로젝트'
중견기업은 전체 기업의 1.5%에 불과하지만 국내 경제의 허리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제조업 공급망을 지탱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중견기업 비중은 85%에 달한다. 전체 수출의 18%를 떠받치고 있다. 문제는 중견기업이 성장을 주저한다는 점이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에 들어서는 순간 각종 세제 혜택이 일시에 단절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투자 세제 지원이다. 일반 사업용 자산에 투자할 때 받는 통합투자세액공제율은 중견기업일 때 5%지만 대기업이 되면 1%로 급감한다.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역시 일반 R&D 당기분 기준 중견기업은 최대 20%를 적용받지만 대기업은 0~2% 수준으로 사실상 혜택이 사라진다.

반면 기업을 옥죄는 규제는 급증한다. 계열사 간 상호출자와 순환출자가 금지되고, 금융회사나 보험사가 보유한 국내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도 막힌다. 자본시장법상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지분 취득이 금지되는 등 수백 가지에 달하는 대기업 전용 규제를 한꺼번에 적용받는다.

이에 정부는 중견기업법을 고쳐 대기업 요건에 도달하더라도 5년간은 중견기업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법적 완충장치를 두기로 했다. 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도 촘촘히 엮는다. 중견 진입을 앞둔 후보 기업에 중소기업 시절 개발한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공장 대량생산 테스트와 납품 실증, 판로 개척까지 이어지는 상용화 과정을 돕는다.

데카코어 프로젝트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대체 불가능한 앵커형 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추진된다. 단순히 낱개 부품 하나를 제조하는 수준을 넘어 반도체 제조 장비 전체나 자율주행 제어 시스템 같은 ‘패키지형 10대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연내 업계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획위원회를 꾸려 10대 핵심 후보 과제를 확정하고, 내년부터 2035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2030년까지 하청에 머물지 않고 자체 완제품이나 핵심 모듈을 조립·생산하는 ‘제조원청’ 중견기업의 절반인 약 350개 사를 대상으로 생산 공정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제조 AI 전환(M.AX)’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일 간담회에서 “중견기업이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앵커기업으로 커갈 수 있도록 정부가 든든한 사다리를 놓겠다”고 말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중견기업의 성장과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 전략을 함께 담은 종합 정책 패키지”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리안/성상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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