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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뺀 자동차 3사 모두 中 손잡았다

입력 2026-10-01 17:41  

한국GM이 지난달 30일 국내에 선보인 뷰익 ‘엘렉트라 E7’은 사실상 중국 자동차다. GM과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의 합작법인이 개발부터 생산까지 도맡았다. 차체 뼈대를 이루는 플랫폼부터 성능을 결정짓는 배터리까지 모조리 중국에서 개발·생산한다. 국내 판매 물량 역시 모두 중국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관만 미국 브랜드일 뿐 중국차가 안방에 들어온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중국 자동차산업이 국내 시장을 파고드는 경로가 넓어지고 있다. 중국계 브랜드의 진출이나 중국산 차량 수입을 넘어 국내 업체와 손잡고 신차 개발과 부품 조달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5곳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뺀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KGM), 한국GM 3곳이 모두 중국과 손잡았다. 국내에 생산·판매망을 갖춘 업체마저 중국 차량과 기술에 기대면서 무늬만 ‘국내 완성차 업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차·부품·지분까지 中과 연결

1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판매를 앞둔 E7은 한국GM이 뷰익 브랜드의 국내 진출을 선언하며 내놓은 첫 모델이다. 이 차는 처음부터 중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했다. GM과 상하이차의 합작 연구개발법인 PATAC이 개발을 맡았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공장에서 전량 생산된다.

이 차는 중형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총 주행가능 거리가 1000㎞를 넘는다. 생산 단가가 비싼 PHEV임에도 시작 가격이 4300만원부터다. 기아 쏘렌토, 현대차 싼타페와 비슷하다. 국내 SUV 판매량(67만8536대)의 23.3%를 차지하는 두 차종에 정면으로 맞붙겠다는 의도다. 최근 중형 SUV 시장은 테슬라 모델Y 등 중국산 전기차의 격전지가 됐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중국과 손잡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르노코리아는 2024년 지리자동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를 출시했다. 차의 뼈대는 중국에서 가져오고 생산은 부산공장이 맡는 방식이다. 협력은 플랫폼에서 그치지 않고 부품 조달로 이어졌다. 르노코리아가 지난해 지리그룹에 지출한 금액은 9527억원으로 2023년(399억원)의 23.8배에 달했다. 차량·부품 매입액이 9019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리그룹은 르노코리아 지분 34.02%를 쥐고 있는 2대주주다.

KGM은 내년 초 체리자동차와 공동 개발한 차량을 내놓는다. KGM이 상품 기획과 생산을 맡고 체리차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기술을 제공한다. 체리차는 기술 이전료로 받을 1억2000만달러 중 7500만달러를 KGM이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사는 데 투입할 계획이다. 주식으로 전환하면 KGM 지분 16.22%를 보유한 2대주주가 된다. 체리차가 KGM 경영에 참여할 길이 열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전기차 38%가 중국산

국내 업체들이 중국을 택한 건 신차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 때문이다. 신차 한 종을 개발하는 데 통상 수천억원이 든다. 기간도 2~3년 이상 걸린다. 전기차, 자율주행 같은 미래차 기술은 부담이 더 크다. 이미 개발을 끝낸 중국 플랫폼과 기술을 가져다 쓰는 이유다.

낮은 관세장벽이 한국을 중국차의 ‘놀이터’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각각 최고 102.5%, 45.3%의 관세를 물린다. 한국은 기본 관세 8%가 전부다. 이에 테슬라(모델Y·3), 볼보(ES90), 폴스타(폴스타3·4) 등 외국계 업체들은 앞다퉈 중국산 차량을 들여오고 있다.

올해 1~8월 국내에서 팔린 전기차 24만4577대 가운데 중국산은 38.1%(9만3260대)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이 관세로 중국차를 걸러내는 사이 한국은 완성차와 기술이 함께 들어오는 통로가 됐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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