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여년 전 사형을 선고받은 미국의 여성 사형수가 사형 집행 과정에서 독극물 주사를 두 차례 맞고도 살아남은 사연이 전해졌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현지 매체는 1995년 살인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크리스타 파이크(50·여)는 이날 테네시주 내슈빌의 한 교도소에서 사형 집행용 약물을 두 차례 투여받고도 생존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형 집행을 참관한 기자들은 파이크가 약물 투여 후에도 분명히 살아 있었으며, 투약 40분이 지난 후에도 그가 코를 고는 소리를 들었다고 현지 언론에 전했다.
파이크의 변호인들은 이번 사형 집행이 사실상 '극심한 고통'을 가하는 과정으로 변질했다고 주장하며 테네시주 대법원에 사형 집행 중단을 위한 긴급 신청서를 제출했다.
테네시주 교정 당국은 이후 성명에서 파이크의 생존 사실을 확인하면서 주 정부가 절차에 따라 사형 집행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테네시주 정부는 사형 집행 시 첫 번째 약물을 투여한 뒤 수감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경우 두 번째 약물을 투여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두 번째 투여 이후에도 수감자가 생존했을 경우 추가 지침은 명시하고 있지 않다.
테네시주 사형정보센터 측은 "과거에도 사형 집행팀이 독극물 주사를 투여할 정맥을 찾지 못해 생존한 사형수가 7명 있었지만, 실제로 약물을 투여받은 사형수가 살아남은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파이크의 사형이 계획대로 이뤄졌다면 그는 테네시주에서 200여년 만에 실제 사형이 집행된 여성 사형수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었다.
파이크는 1995년 당시 18세의 나이로 남자친구와 함께 19세 콜린 슬레머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파이크와 남자친구는 슬레머를 숲이 우거진 지역으로 유인한 뒤 흉기로 공격하고 돌 등으로 구타해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피해자의 몸에 '사탄 숭배'와 연관된 상징으로 여겨지는 오각별이 새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은 미국 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파이크는 이후 약 30년간 복역하는 과정에서 어린 시절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점 등을 들어 감형을 탄원했고, 파이크는 청원서에서 "나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18세 아이였다. 내가 한 일이 얼마나 심각한 일이었는지를 깨닫는 데만도 여러 해가 걸렸다"고 주장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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