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채권 시장이 일제히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1일 미국의 기준 금리인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5.34%를 기록하면 2002년 4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채뿐만 아니라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와 유럽의 국채 수익률도 일제히 올랐다. 중동 전쟁이 길어지면서 9월 한달간 브렌트유 가격이 14% 상승했다는 점이 부각된 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국채 매도를 부추기는 동인이 되고 있다.
이 날 10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전 거래일보다 한 때 최대 6bp(1베이시스포인트=0.01%) 오른 5.34%를 기록했다. 24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30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은 3bp 상승한 5.6702%, 2년물 국채 수익률은 2bp 오른 4.91%를 기록했다.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수익률은 올라간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기준이 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9월 분기 3개월동안 87.1bp 상승해 1994년 이후 분기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 날 발표된 미국의 경제 데이터들은 대부분 예상보다 좋게 나타났다. 8월 소비자 지출이 급증했고, 소득도 증가했다. 민간 부문에서는 신규 일자리가 증가했고 개인소비지출(PCE)로 본 인플레이션 수준이 높기는 해도 예상만큼 악화되진 않았다.
그러나 일자리 데이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8월 데이터이다. 시장에서는 8월의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했다해도 과거일로 본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제 벤치마크 브렌트유가 9월 한달동안 14% 넘게 올랐다는 점이다. 8월 말 배럴당 90.49달러에서 9월 말 103.50달러가 됐다. 디젤유는 9월에 미국에서 사상 최고치로 올랐다. 9월에 올랐던 유가는 고스란히 9월의 소비자물가(CPI)와 개인소비지출(PCE)에 반영되는 숫자다. 여기에 예상보다 성장이 양호했다는 점은 금리를 올려도 경기에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안심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로이터 통신도 이 날 글로벌 채권 매도의 주요 배경으로 높은 에너지 가격, 인플레이션 우려, 강한 성장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지적했다.
한쪽에서는 연준이 10월에 당장 금리를 올리지는 않되 연말부터 금리 인상을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 날 골드만삭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0월에 금리 인상을 불필요할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10월 금리 인상 전망대신 12월에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10년물 국고채 수익률도 이 날 발표된 9월 수출실적 호조와 9월 제조업 활동이 4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전일대비 2.5bp 오른 4.423%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과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유력시되는 일본의 1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5bp 오른 3.11%까지 올라갔다. 일본의 국채 수익률은 전례 없는 5분기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로존은 여기에 각국 정부의 정치적 변화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부각되며 국채 수익률이 올랐다.
유로존의 기준금리가 되는 독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bp 상승한 3.618%를 기록해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럽연합(EU) 내에서 재정적자 비율이 가장 높은 프랑스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1bp 폭등한 4.9501%에 달했고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10bp 급등한 4.7171%를 기록했다. 이 날 영국의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6%까지 떨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부 분석가들은 미국의 30년물 국채에서도 이와 같은 수준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유가 상승이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각국 정부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막대한 정부 차입과 인공지능(AI) 인프라에 대한 강력한 투자도 자본 수요를 증가시켜 차입 비용을 상승시키고 있다.
스탠다드 뱅크 어드바이저리의 스티븐 배로우는 "국채 수익률 상승은 구조적인 장기적 추세"라며, "금융 시장이 '새로운 정상' 상태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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