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성 항저우 남쪽에 위치한 헝뎬영시성(?店影?城)은 ‘중국의 할리우드’로 불린다. 자금성부터 옛 상하이 거리까지 거대한 세트장이 늘어서 있고, 배우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몰려든다. 최근 이곳에 ‘슈뎬(?店)’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스마트폰 세로 화면용 숏폼드라마 촬영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헝뎬(?店)의 ‘가로 횡(?)’을 ‘세로 수(?)’로 바꿔 부른 말이다. 2025년 헝뎬을 찾은 숏폼드라마 촬영팀은 4016개. 전년보다 237% 늘었다.
2026년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5월까지 헝뎬의 숏폼드라마 촬영은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급기야 남아도는 세트와 배우를 활용한 관광상품까지 등장했다. 200위안 정도를 내면 의상을 입고 배우들과 짧은 드라마를 찍어준다.
숏폼드라마는 중국 콘텐츠산업의 굴기를 상징한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670억위안. 전국 영화 박스오피스보다 30% 가량 크다. 시청자는 7억 명에 육박했고, 전후방 200여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중국 업체들이 주도하는 해외 매출도 23억달러에 달했다.
이 산업을 AI가 흔들었다. 올해 1분기 신작 12만8000편 중 95%가 AI 작품으로 분류된다. 수십 명이던 제작팀은 10명 아래로, 제작비는 실사의 10~30% 수준으로 줄었다. 배우들 사이에서는 수백위안에 디지털 초상권을 파는 ‘얼굴 장사’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공급만큼 수요가 따라오진 않았다. 춘제 기간 공개된 AI 작품은 실사 작품의 50배에 달했지만, 전체 조회수는 실사가 25배 많았다. 배우의 표정과 목소리에 담긴 감정의 결, 이른바 ‘활인감(活人感)’을 AI가 구현하지 못했다. 저질 작품 범람과 일자리 충격에 플랫폼과 당국도 실사 제작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2분기 들어 실사 비중이 반등했고, 헝뎬에도 촬영팀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올해 중국 숏폼드라마 시장은 AI가 산업을 뒤흔드는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AI의 생산성이 폭발했지만, 관객 반응은 기대에 못 미쳤고 다시 사람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AI와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귀결될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누구나 그럴듯한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김영수 베이징대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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