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시베리아의 방역 연구기관 직원이 원인 불명의 폐렴으로 숨진 뒤 폐페스트 감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 정부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감염이 확인될 경우 러시아에서는 10년 만의 페스트 사례가 되는 데다 현지 당국이 최대 200명을 의학 관찰하고 병원 격리에 나설 만큼 이례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항페스트연구소 직원이 지난달 29일 이르쿠츠크 외곽의 병원에 입원한 사건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연구소 직원 한 명이 감염됐고 그것이 확산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것이 외부로 퍼지면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사건을 “경보를 울릴 만한 사안”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입원한 직원은 이틀 뒤 숨졌다. 러시아 공중보건 감시기관인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는 사인을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이라고 설명했지만 현지 언론에서는 폐페스트가 사망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페스트 감염으로 확인되면 러시아에서는 10년 만의 사례가 된다. 유럽에서도 사람 사이에서 발생한 페스트 집단 발병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이후 보고되지 않았다.
러시아 당국은 지금까지 페스트 감염 사실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는 시필로바에게서 채취한 검체를 검사한 결과 그의 업무와 관련된 미생물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5일 “페스트 발병에 관한 소문을 듣지 말라”며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의 발표를 신뢰해 달라고 촉구했다.
다만 러시아 당국의 대응 규모는 이번 사안을 통상적인 감염병 사례와 다르게 취급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고리 코브제프 이르쿠츠크 주지사는 지난 2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고위험 감염병 의심 사례”와 관련해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와 긴급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국이 “모든 범위의 방역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시필로바와 접촉한 사람들은 모두 의학적 관찰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관찰 대상자는 최대 200명에 달했다. 셸레호프 지역병원의 입원 병동이 격리됐고 이르쿠츠크의 일부 병원도 함께 통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병원 격리 조치는 셸레호프 지역병원뿐이다.
자유유럽방송·자유라디오(RFE/RL)의 ‘시베리아. 리얼리티서’는 소식통을 인용해 시필로바가 근무하던 연구소 직원들도 건물 안에 격리돼 “의자에서 잠을 자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도 아직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무부는 FT에 “많은 세부 사항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러시아 당국이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고 공개적으로 공유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페스트는 이미 잘 알려진 질병이며 특히 치료를 일찍 시작할 경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시필로바의 정확한 사망 원인과 실제 페스트 감염 여부가 이번 사안을 판단할 핵심 변수다. 러시아 당국이 감염을 공식 확인하지 않은 가운데 미국도 즉각적인 경보 상황으로 규정하지 않은 만큼, 접촉자 관찰 결과와 러시아 보건당국의 추가 정보 공개 여부가 향후 상황을 가늠할 기준이 될 전망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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