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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군면제만 바라봤다는 국가대표의 경솔한 언행

입력 2026-10-06 17:39   수정 2026-10-07 01:01

“메달, 트로피보다 군 면제라는 보상, 그거 하나만 보고 뛰었습니다.”(양민혁)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연패라는 기쁨이 허탈함으로 사라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부 선수가 금메달 시상대에서 내려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솔한 언행을 쏟아내면서다. 입대를 앞두고 있던 주장 이기혁은 방송 인터뷰에서 “저 군대 안 갑니다”라고 외쳤고, 막내 박승수는 경기 후 라커룸에서 ‘전역모’를 쓴 사진을 SNS에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태극마크의 의미를 군 면제에서 찾은 이들 선수에게 국민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에게 경기는 국가와 국민을 대표하는 사명감의 자리라기보다 군 면제를 위한 수단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구절벽으로 현역 자원이 급감하는 현실에서 특정 분야의 선수에게만 주어지는 면제 혜택은 평범한 청년에게 뼈아픈 박탈감을 준다. 나라 이름을 걸고 싸우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공부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젊은이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이번 사태는 엘리트 스포츠계의 민낯을 보여준다. ‘국위 선양’을 목적으로 1973년 도입된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 제도의 특혜를 따놓은 당상처럼 당연시하는 모습 말이다.

국가대표를 ‘군 면제 지름길’로 여기는 왜곡된 풍토는 체육계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어린 선수들의 철없는 실언으로만 넘길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릴 때부터 결과 지상주의와 특혜만 강조해온 지도자와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국가대표의 사명감 대신 ‘군대 빼는 법’을 먼저 주입받은 선수들이 성인이 돼 마이크 앞에서 밑천을 드러낸 것은 어쩌면 예견된 참사였다.

대한민국은 이제 굳이 그들의 이름으로 국격을 높여야 할 상황도 아니다. 전 세계에 K팝을 퍼뜨린 방탄소년단(BTS)조차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세상이다. 결국 일부 선수의 가벼운 언행은 수명을 다한 병역특례 제도 개편 논의에 다시 불을 붙였다.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은 물론 체육계 내부에서도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방부 역시 6일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 감면 폐지를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린 선수들의 빗나간 인식과 어른들의 그릇된 가르침은 결국 체육계가 누려온 혜택을 스스로 걷어차는 자충수가 됐다. 병역특례 제도의 원점 재검토는 물론이고 일부 인기 종목에만 혜택이 쏠린 국군체육부대(상무) 운영 체계까지 시대 흐름에 맞춰 전면 수술대에 올려야 할 때다. 사명감은 없고, 자기 잇속만 차리는 대표팀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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