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기업의 인력 구조를 밑에서부터 흔들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뿐 아니라 영업과 브랜드, 법무, 구매, 초급 개발자 같은 화이트칼라 직무까지 채용 수요가 줄면서 조직의 중간층이 얇아지는 이른바 중층 붕괴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장기 고용 중심의 조직에서 벗어나 사람과 AI 에이전트를 함께 운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대학과 개인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전공 지식보다 판단과 책임, 창의성 같은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능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중국 경제 매체인 경제관찰보는 "생성형 AI 확산 등으로 코딩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며 "전문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AI를 활용해 일정 수준의 개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이 초급 인력을 대규모로 채용할 유인이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술기업 채용정보 플랫폼 트루업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기술업계에서는 363건의 감원이 발생해 약 15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올 5월에는 한 달 동안 감원 규모가 4만명에 육박해 최근 2년 사이 가장 많았다.
특히 아마존과 메타 등 일부 빅테크의 감원은 중간관리층에 집중됐다. 기업 실적이 개선되는 상황에서도 인력을 줄이는 사례가 늘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과거 감원의 명분이 비용 절감이나 사업 재편이었다면 올해는 AI가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이유로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도 최상위 컴퓨터공학 전공 졸업생조차 정규직 대신 인턴십 제안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중국 역시 초급 사무직 일자리가 줄면서 화이트칼라 인력이 배달기사나 자영업, 외식업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비용 구조 역시 인건비 중심에서 AI 사용량을 뜻하는 토큰 비용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제관찰보는 "장기 고용 관계도 약해질 전망"이라며 "필요한 사람을 보유하는 방식에서 특정 과제와 프로젝트에 맞춰 인력을 활용하는 방식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명문 칭화대도 이런 변화에 맞춰 교육 체계를 손보고 있다. 일부 학부 전공은 입시 경쟁률이 높아도 정원을 줄이고 전공을 세분화하기보다 초반 2년 동안 넓은 분야를 공부하는 교육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경제관찰보는 "AI가 경험과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인재 평가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며 "특정 직무 기술보다 여러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메타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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