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중심으로 한 젊은 층의 팬덤 문화가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에서 형성된 팬덤이 오프라인 축제로 확산하면서 숙박과 외식, 교통, 쇼핑 등 지역경제 전반에 파급효과를 내고 있다.
중국에서 이차원 문화로 불리는 애니메이션·게임 기반 서브컬처가 내수 부진 속에서도 성장세를 보이자 지방정부들이 관련 행사 유치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올해 국경절 연휴 기간 중국 15개 도시에서 총 51개의 애니메이션·만화 박람회가 열렸다.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 3개 도시에서만 21개 행사가 집중됐다. 중소도시에서도 관련 행사가 잇따라 개최되면서 서브컬처 소비가 전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올 7월 31일부터 8월 3일까지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최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박람회 차이나조이에는 나흘간 43만8900명이 방문했다. 관람객의 63%는 상하이 이외 지역에서 찾아왔다.
주최 측과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행사 기간 음식점과 숙박시설, 소매점, 교통 등에서 발생한 관련 소비액은 약 7억900만위안(약 1420억원)에 달했다. 방문객 1인당 약 1600위안의 소비를 유발한 셈이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홍슈가 주최한 오프라인 행사 레드랜드도 흥행했다. 다섯 차례 진행된 입장권 판매에서 매번 평균 20.6초 만에 표가 매진됐다. 구매자의 80%는 상하이 외 지역 거주자였다. 특정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다른 도시로 이동하고 숙박까지 해결하는 목적지형 소비가 형성됐다.

경제관찰보는 이를 참여자 간 상호작용이 소비 가치를 높이는 양방향 소비 모델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가 상품 자체뿐 아니라 타인과 교류하고 소속감을 느끼는 경험에 비용을 지불한다는 설명이다. 온라인에서 같은 취향을 공유하던 사람들이 실제 공간에서 만나면서 상품 구매가 숙박과 관광 소비로 확장되는 구조다.
실제로 레드랜드 행사에서는 청소 노동자가 코스프레 참가자에게 말을 걸고 참가자가 자신의 캐릭터 분장법을 알려주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팬덤 내부의 문화가 일반 시민에게까지 확산하는 사례로 평가됐다.
지방정부가 주목하는 것도 이런 확장성이다. 인터넷 플랫폼이 축적한 팬덤과 콘텐츠를 지역 관광자원에 접목하면 외지 방문객을 유치하고 주변 상권의 소비를 늘릴 수 있다. 다만 행사 개최가 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중소형 박람회는 진입장벽이 낮아 비슷한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경쟁력이 행사 횟수나 유명 캐릭터 확보보다 방문객의 재방문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달려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차례의 흥행을 지속적인 지역 소비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중국 서브컬처 산업과 지방정부의 새로운 과제라는 설명이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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