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35년 시가총액 8조5000억달러 달성 등 경영 목표를 이루면 주식 1조달러어치를 받는다. “머스크의 리더십이 회사 장기 전략 달성의 핵심 동력”이라며 테슬라 이사회가 제안한 보상안이다. 일부 기관투자가와 주요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에도 이 보상안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75% 찬성으로 통과했다. CEO 개인과 전체 주주 간 이해관계가 일치할 때 회사의 장기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소액주주들이 압도적 지지를 보낸 결과다.
머스크뿐만이 아니다. 지배구조 컨설팅 업체 ISS코퍼레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S&P500 기업 CEO 보수의 중간값은 1750만달러(약 235억원)에 달했다. 주식 기반 보상이 늘면서 CEO 보수가 천문학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해 임원 보상에 대한 주주 찬반 투표(Say on Pay) 통계를 보면 찬성률 중간값이 93.3%에 이르렀다.CEO가 한 해 수백만~수천만달러를 벌어가도 주주들의 불만이 없는 건 주주와 경영자 간 이해관계가 일치돼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오랜 자본주의 역사를 거치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회사가 증가하자 미국에서는 ‘대리인 딜레마’가 화두로 떠올랐다. 주인(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할 대리인(경영자)이 실제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 사례가 늘어나면서다. 미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 정렬’이 핵심 키워드가 됐다. 이사회는 어떤 결정이 주주와 경영자 사이에 ‘이해관계 충돌’을 초래하는지 끊임없이 점검한다. 목표는 ‘장기적인 주주 가치 극대화’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개별 기업의 경영 활동은 경제 전체의 혁신과 성장을 이끈다.
‘최대주주에게 좋은 일을 절대 시켜줄 수 없다’는 정치권의 인식은 결국 소액주주 피해로 돌아간다. 중복상장 문제부터 그렇다. 2021년 카카오의 금융 계열사 상장, 2022년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선 상장 등으로 카카오와 LG화학 기존 주주는 주식 가치 하락을 지켜봐야 했고 사회적 논란이 됐다. 이는 한국 대주주들이 유독 탐욕스러워서가 아니다. 지분율 희석 없이 미래 사업에 투자할 돈을 끌어들일 방법이 중복상장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차등의결권 제도가 도입돼 있다면 최대주주는 지배력 희석을 걱정하지 않고 투자받은 돈으로 장기 성장에만 집중할 수 있다. 소액 주주는 주가 상승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다. 현재 한국 정치 체제하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종합 과세 시 최대 45%에 달하는 배당소득세도 대주주를 배당에 소극적으로 만들어 소액주주가 손해를 보게 하는 대표 사례다. 국회가 ‘밸류업 정책’ 일환으로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를 올해 도입했지만 과세표준 구간이 5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 최대주주는 여전히 세율이 30%에 달한다. 배당소득세를 양도소득세율(25%) 수준으로 낮춰야 배당이 늘어난다는 자본시장의 주장에도 부자 감세 비판을 의식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대주주에 대한 혜택도, 차별도 없애는 게 이해관계 정렬의 시작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해 대주주에게만 주어지던 ‘경영권 프리미엄’을 모든 주주가 함께 누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면 대주주 지분에만 상속세를 할증 과세할 이유도 사라진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대주주에 대한 징벌적 과세도, 소액주주 차별도 사라져야 전체 주주 이해관계가 일치된다”며 “기업가치가 올라갈수록 모두가 이익을 얻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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