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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로 위험한 악당 됐다"…머스크·저커버그·올트먼 '굴욕'

입력 2026-10-12 07:53   수정 2026-10-12 08:15


한때 혁신의 상징으로 스크린에 등장했던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이제는 할리우드의 '악당'으로 그려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를 비판적으로 조명한 영화와 다큐멘터리가 잇달아 관객을 만나면서 기술업계를 바라보는 대중문화의 시선도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미국 기술·영화업계를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를 소재로 한 영화 '소셜 레코닝'과 머스크 CEO를 다룬 다큐멘터리 '머스크'가 지난 9일 나란히 개봉했다. 올트먼 CEO의 2023년 오픈AI 축출 사태를 소재로 한 '아티피셜'도 오는 12월 북미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소셜 레코닝'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2010년 작품 '소셜 네트워크' 이후 16년 만에 나온 후속 성격의 작품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각본은 애런 소킨이 맡았으며 이번에는 직접 연출까지 담당했다.


영화는 2021년 페이스북 수석 제품매니저였던 프랜시스 하우건의 내부고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하우건은 당시 페이스북이 자사 알고리즘이 아동 정신건강 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알고도 이윤을 위해 문제를 방치하거나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 CEO를 바라보는 시선도 날카롭다. 베네치아 영화제에 초청된 앨릭스 깁니 감독의 다큐멘터리 '머스크'는 그의 사생활을 비롯해 X의 알고리즘 조작 의혹,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활동과 각종 논란성 발언 등을 다룬다.

깁니 감독은 머스크를 "극도로 위험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작품에 대해서는 "매우 어두운 코미디로 시작해 공포 영화로 끝난다"고 소개했다.

올트먼 CEO도 영화 속 주인공이 됐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아티피셜'은 오픈AI 내부에서 '블립(The Blip)'으로 불리는 2023년 올트먼 축출 사태를 소재로 삼았다.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영화 속 올트먼이 "숨 쉬듯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언제 어디서든 누구든 이용하는 교활하고 권력에 굶주린 사이코패스"처럼 묘사된다고 평가했다. 작품은 최근 뉴욕영화제에서 공개됐으며 크리스마스 시즌 북미 개봉이 예정돼 있다.

실리콘밸리 창업자의 추락을 다룬 작품도 나온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유 캔 시 에브리싱'은 손끝에서 채취한 소량의 혈액으로 250가지 검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성장했다가 사기 논란 끝에 몰락한 테라노스의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를 조명한다.

일부 작품은 개봉 과정에서 기술기업과 갈등을 빚었다. 머스크가 소유한 X는 다큐멘터리 '머스크'의 유료 예고편 광고 게재를 거부했다. 아마존 산하 MGM 스튜디오는 4000만달러(약 540억원)를 투입한 '아티피셜'의 배급을 포기했다.

영화계에서는 아마존이 오픈AI에 500억달러 규모 투자를 한 데다 올트먼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친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아티피셜' 판권은 영화 '기생충'을 북미에 배급했던 독립 배급사 네온이 사들였다.

이 같은 흐름은 실리콘밸리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과거와 달라진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잡스'나 다큐멘터리 '섬싱 벤처드' 등이 기술기업 창업자들의 혁신과 독창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 작품들은 알고리즘의 영향력과 권력 집중, AI 기술을 둘러싼 불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실리콘밸리 역사를 연구하는 마거릿 오마라 워싱턴대 교수는 악시오스에 "기술과 사람들의 관계는 열렬한 사랑과 같았지만 그런 사랑은 식는 속도도 빠르다"며 "실리콘밸리와 거기서 만들어지는 제품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영화 전문지 '필름 쿼털리'의 J. M. 타이리 편집장은 이들 기술기업 수장이 영화 '시민 케인'의 탐욕스러운 사업가와 '프랑켄슈타인'의 미친 과학자라는 두 전형을 결합한 인물처럼 그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타이리는 "인기 있는 영화는 현재의 사회적 불안을 거울처럼 보여준다"며 "사람들은 대다수의 희생을 대가로 소수의 손에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흥행 성적은 작품별로 엇갈렸다. 영화 데이터 사이트 더 넘버스에 따르면 '소셜 레코닝'은 개봉 첫 주말인 9~11일 북미 2606개 상영관에서 550만달러(약 74억원)를 벌어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다. 전작 '소셜 네트워크'의 개봉 첫 주말 수입 2200만달러에는 크게 못 미쳤다.

다큐멘터리 '머스크'는 상영관 4곳에서 6만8900달러(약 9000만원)의 티켓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롭 새비지 감독의 공포영화 '아더 마미'로 275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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