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철거를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산업부는 “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인 7월에 조광권이 만료됐기 때문에 원상회복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간 통폐합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석유공사가 대규모 재정이 들어가는 신규 사업을 벌이는 데 회의적인 것도 이유로 꼽힌다.
CCS는 철강, 석유화학을 비롯한 산업 시설과 발전소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으로 나가기 전에 포집해 파이프라인이나 선박으로 수송한 뒤 지하 깊은 층에 격리·저장하는 기술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은 초기 경제성이 부족한 CCS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투입해 폐유전과 가스전을 국가 탄소 저장 거점으로 전환하고 있다.
동해 폐가스전이 국내 CCS의 거점이 되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의 해외 폐가스전으로 탄소를 싣고 가 저장하는 국경 통과 방식보다 수송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인프라를 활용한 기술 실증을 통해 관련 산업 생태계를 육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관하는 대규모 탄소 액화·벙커링 허브 실증 국책과제에 현대건설, GS칼텍스 등 민간 기업이 대거 참여해 포집·액화부터 운송, 저장에 이르는 전 주기 엔지니어링 기술 고도화에 나서기도 했다.

기존 해상 플랫폼과 주입 설비 등을 완전히 철거하면 민간 기업은 바다 위에 전용 시설을 새로 짓거나 특수 리그선을 띄워야 해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국가적으로는 수천억원을 들여 지은 인프라를 또다시 수천억원을 들여 부수고, 훗날 민간이 다시 거액을 들여 짓게 하는 정책 비효율이 빚어지는 것이다.
철강과 석유화학 등 산업계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 주도의 초기 CCS 인프라 조성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정부가 설정한 2035년 NDC 상한선(2018년 대비 61% 감축)을 맞추려면 총 감축 목표량 4억5280만t 가운데 2030만t(4.5%)을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폐가스전 시설을 미래 에너지 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 만큼 산업부도 입법 취지에 맞게 기존 시설의 재활용 방안부터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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