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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뽑았는데 일이 없네"…기업들 결국 '가짜 업무' 만들었다 [한명현의 오피스로그]

입력 2026-10-18 14:00   수정 2026-10-18 14:10

"신입 뽑았는데 일이 없네"…기업들 결국 '가짜 업무' 만들었다 [한명현의 오피스로그]


한 글로벌 컨설팅회사 신입사원 A씨는 요즘 실제 고객 대신 인공지능(AI)과 실랑이를 벌인다. AI가 까다로운 고객처럼 질문하거나 반박하면 A씨가 이에 대응하고, 곧바로 답변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기업이 직원 교육을 위해 일종의 ‘가짜 업무’를 만들어낸 것이다. AI가 신입사원의 반복·단순 업무를 대체하면서, 일을 직접 해보며 쌓던 경험과 판단력까지 함께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AI 도입으로 신입 직원들이 경험을 쌓는 경로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가 신입사원의 숙련도를 높이는 훈련 과정이었다. 젊은 엔지니어들은 코드를 수없이 작성하면서 오류를 찾아내는 법을 익혔고, 초년 변호사도 계약서를 반복해서 작성하면서 법리를 체득했다.

나디아 알라이 딜 인사관리 담당자는 “패턴과 반복을 통해 배우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그런 경험이 쌓여야 결국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입 직원들도 입사 초기부터 AI가 작성한 보고서나 분석 결과를 검토·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보고서 초안 작성, 데이터 입력 등 과거 신입 직원이 담당하던 업무가 AI로 자동화됐기 때문이다. 충분한 실무 경험을 쌓기도 전에 결과물의 질을 판단하고 책임까지 져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컨설팅업체 가트너의 맬러리 바그 불먼 수석 디렉터 애널리스트는 “주니어 직원이 경험에 기반한 판단이 필요한 복잡한 의사결정까지 책임지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며 “정작 그들에게는 그런 판단을 내릴 경험이 없다”고 지적했다. 가트너는 이런 현상을 ‘경험 기아’(experience starvation)라고 정의했다.

기업들이 AI 시대에 맞춰 신입사원 교육 체계를 다시 짜기 시작한 이유다. 이들 기업은 직원의 실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별도의 훈련 과정을 만들고 있다. EY는 신입 직원들이 고객에게 정보를 요청하거나 마감일을 지키지 않은 동료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을 연습하도록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시스코는 직원들이 고객을 상대로 영업 제안을 하는 역할극 시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WSJ은 “가짜 업무가 진짜 업무를 대신해 경험을 쌓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코그니전트는 미국에서 채용한 신입사원 약 1500명 대부분을 부트캠프에 보내 프로그래밍과 데이터 구조 등 기초 역량을 다시 훈련시킨다. 올해는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스킬스프링’이라는 AI 기반 교육 도구도 도입했다. 이 도구는 각 직무를 개별 단위로 세분화한 뒤 직원마다 부족한 부분을 파악해 맞춤형 학습 방식을 제안한다.

AI를 이용한 모의훈련이 효과가 있다는 초기 연구 결과도 나왔다. 스탠퍼드대 로스쿨 연구진은 한 로펌의 여름 인턴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만 주당 두 시간씩 AI 협상 시뮬레이터를 사용하게 했다. 해당 시뮬레이션에서 AI 에이전트는 인수합병(M&A) 과정의 상대방 변호사로 나온다.

여름 프로그램 종료 후 실시한 모의 협상에서 최종 진출자 4명 가운데 3명이 AI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그룹에서 나왔다. 연구진은 “몇 년 반복해서 경험하다 보면 패턴을 익히게 되고, 상대방 변호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 된다”며 “AI 훈련이 실제 경험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패턴을 더 빨리 습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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