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첫 장기 정체기는 1989년 코스피지수가 처음 1000을 넘은 뒤 시작됐다. ‘3저 호황’이 끝나고 외환위기가 겹치며 1998년 280까지 추락했다. 1994년 신고가 경신과 1999년 벤처 열풍에 따른 반등도 있었지만 1000 안착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돌파구는 구조조정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과 수출 산업의 성장이었다. 저금리 속 적립식 펀드 열풍은 기관의 꾸준한 매수로 이어졌다. 2005년 9월 7일 코스피지수는 1142.99로 1994년의 최고치를 10년10개월 만에 넘어섰다.
두 번째 정체기는 박스피라는 이름이 생겨난 2011~2017년이다. 자동차·화학·정유의 ‘차화정’ 장세로 2011년 5월 2228.96까지 오른 지수는 이후 1800~2200대에 갇혔다.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성장 둔화, 공급 과잉이 수출 제조업의 발목을 잡았다.
천장을 뚫은 것은 새로운 주도주였다. 메모리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이 늘고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 2017년 5월 4일 코스피지수는 2241.24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정체기는 2021년 고점을 찍은 이후부터 2025년 9월까지 약 4년2개월간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동성 장세로 지수는 3305.21까지 올랐지만 물가 상승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2022년에는 24.89% 하락했다.
2025년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가 성장 기대를 높였다. 상법 개정 등 제도 개선 기대와 미국 금리 인하 전망도 맞물렸다. 그해 9월 10일 코스피지수는 3314.53으로 전고점을 넘어섰다.
과거 사례는 실적 규모뿐 아니라 성장의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도주인 메모리 반도체의 이익 전망치가 계속 올라가고 있지만, 과잉 재고와 과잉 투자 같은 시클리컬 산업의 특성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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