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은 정부의 증시 부양 드라이브에 국민연금이 동원됐다고 맹공을 폈다. 조배숙 의원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투자 기준을 바꾸고 당연직 관료들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하명 회의였다”고 직격했다. 반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종전 목표치를 맞추려면 200조원어치 이상 팔아야 했는데, 막대한 물량을 쏟아냈다면 증시 붕괴를 불렀을 것”이라고 맞섰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시장이 급격하게 변할 때는 ‘바이 앤드 스테이’라는 투자 원칙이 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단기 등락에 맞춰 사고팔기를 반복하면 거래 비용만 커지고 기금의 장기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세계 연기금의 공통된 철학”이라고 말했다.

원칙을 저버린 대가는 참혹했다. 코스피지수는 6월 9000선을 터치한 뒤 7월 말 6600 안팎으로 급락했다. 이날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283조5000억원이던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누적 운용손익은 7월 말 158조7000억원으로 줄었다. 7월 한 달 국내주식 수익률이 -2.99%로 떨어지며 124조8000억원의 평가손익이 증발했다. 사학연금과 우체국예금이 최근 10년간 시장 상황을 이유로 리밸런싱을 유예한 적이 없고, 공무원연금도 20영업일 내에 룰대로 처분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국민연금이 룰을 깬 과실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돌아갔다. 외국인은 5~6월 상승장에서 170조원어치 순매도하며 고점 차익을 챙겨 시장을 빠져나갔다. 연간 누적 순매도액만 190조원에 달했다. 외국인이 던진 물량 폭탄을 받아낸 것은 정부의 증시 부양 기조를 따른 개인투자자였다. 개인들은 코스피지수 6000~9000대 초고점 구간에서만 116조원어치를 담았고, 5월 출시된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연금 거버넌스의 독립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시장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정부·이해관계자 추천 인사가 과반인 구조적 한계 탓에 정권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원칙과 독립성을 지킨 해외 대형 연기금과 대비된다. 일본 공적연금(GPIF)은 닛케이지수가 30,000에서 70,000을 돌파하는 강세장에서도 국내주식 25% 룰에 따라 기계적으로 물량을 분할 매도해 차익을 확정하고 시장 과열을 식혔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NBIM)과 유럽 최대 기관투자가인 네덜란드 APG 역시 단기적인 정치적 압박과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규율에 따라 엄격하게 리밸런싱한다.
백 의원은 “국민연금은 증시 부양 도구가 아니라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이라며 “핵심 운용 기준을 원칙 없이 바꾸고도 기금운용위 회의록을 4년 뒤에나 보라는 것은 국회와 국민에 대한 기만이자 독립성 포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최형창/최석철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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