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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국회[국고은의 법으로 읽는 세상]

입력 2026-10-18 09:43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국회[국고은의 법으로 읽는 세상]

[법으로 읽는 세상]

기업 경쟁력을 말할 때 우리는 흔히 기술력과 자본, 인재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작동하는 ‘경기장의 규칙’은 국회에서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넓힌 개정 상법, 사용자 범위를 확대한 노란봉투법, 경영책임자에게까지 형사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대표적인 예다.

법안 하나가 지배구조와 노사관계, 투자 결정의 전제를 통째로 바꾼다.

문제는 속도와 양이다. 국회 임기마다 발의되는 법안은 2만 건을 훌쩍 넘고 그 대부분이 의원 발의다. 의원입법은 정부 입법과 달리 규제영향평가를 거치지 않고 입법예고 기간도 짧다. 쟁점 법안이 수년간 계류되다 정치 일정에 따라 단기간에 처리되는 일도 드물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준비 기간 없이 새로운 의무와 맞닥뜨리게 되는 셈이다.

입법 리스크의 영향은 재무제표에도 반영된다. 새로운 의무는 인력 충원과 시스템 개편, 계약 변경, 내부통제 강화로 이어진다. 플랫폼 기업에는 수수료와 데이터 활용 방식의 변경이, 제조업에는 공급망 관리와 산업안전 기준의 강화가, 금융회사에는 지배구조 및 소비자 보호 체계의 재설계가 요구될 수 있다. 여기에 규제 위반에 따른 제재와 평판 훼손까지 더해지면 법률 변경은 단순한 준법 비용을 넘어 사업모델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한다. 투자자가 규제 불확실성을 기업가치에 반영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많은 기업의 대응은 사후적이다. 법이 통과된 뒤에야 법무팀이 조문을 해석하고 시행을 앞두고 급히 컨설팅을 받는다. 이때 선택지는 ‘준수 비용을 얼마나 줄이느냐’로 좁혀진다.

이미 확정된 규칙 안에서 움직여야 하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고 그마저도 비용과 시간이 적지 않게 든다. 반면 발의 단계부터 흐름을 읽은 기업은 다르다. 상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현장의 데이터를 제시해 조문이 현실에 맞게 다듬어지도록 돕고 시행 시점에 맞춰 사업 구조와 내부 통제를 미리 조정할 수 있다.

규제가 강화되는 분야에서 미리 안전장치를 두거나 반대로 새로운 제도가 열어주는 시장에 먼저 진입할 수도 있다.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새 규범에 적응한 기업은 그 자체로 시장에서 우위를 가진다. 같은 법이 누군가에게는 리스크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는 분기점이 여기에 있다.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입법된 뒤에는 바로 조처를 해도 이미 늦은 셈이다.

따라서 기업은 입법 리스크를 사후 대응의 대상이 아닌 경영전략의 일부로 관리해야 한다. 주요 법률안의 발의 동향을 지속해서 파악하고, 상임위원회 심사 경과와 정부 정책의 변화를 분석하며, 예상되는 규제 변화가 사업에 미칠 영향을 선제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는 법무팀만의 과제가 아니다. 전략, 재무, 인사 부서가 함께 입법 동향을 경영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체계가 필요하며 최고경영진이 이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거버넌스도 갖춰야 한다.

나아가 입법 과정에서 산업의 현실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합리적인 정책 대안을 제안하는 역량도 필요하다. 현장의 통계와 사례, 해외 입법례를 축적해 두면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설득력 있는 산업계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이는 특정 이해관계를 관철하려는 로비가 아닌, 더 나은 법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책임 있는 참여다. 입법자 역시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기업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AI 전환으로 규범의 변화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국회를 ‘멀리 있는 정치의 공간’으로 여기는 기업과 ‘경영환경이 만들어지는 현장’으로 읽는 기업의 격차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경쟁력의 출발점은 이제 여의도를 읽는 능력이다.

국고은 법무법인 YK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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