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샐러드볼. ‘세계 최대 이민자의 도시’로 불리는 미국 뉴욕을 수식하는 단어다. 많은 이민자가 섞여 사는 것(멜팅폿)을 넘어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조화를 이루며 큰 가치를 형성하고 있다는 의미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세계 1000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 ‘2026 글로벌 도시지수’에서 뉴욕은 종합 1위에 올랐다. 경제력 부문에서도 단연 1위다. 2024년 첫 지수 발표 후 한 번도 순위를 놓치지 않았다.
도시 전문가들은 경쟁력의 원천 중 하나로 ‘이민자 유입’을 꼽는다. 뉴욕 주민 중 이민자는 약 309만 명(2023년 기준)으로 37.5%를 차지해 미국 이민자 비중(14.3%)보다 23.2%포인트 높았다. 이민 연구 권위자인 낸시 포너 뉴욕시립대 명예석좌교수는 “이민자는 상품, 서비스 수요를 늘리고 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설명했다.
뉴욕시는 고용, 주거, 공공서비스에서 국적과 이민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인권법’을 엄격하게 시행한다. 이민자의 생활 편의성도 높여가고 있다. 뉴욕 조례 ‘로컬 로 30’에 따라 주요 기관은 많이 사용되는 상위 10개 언어로 주요 문서를 번역해야 한다.
2015년 도입된 뉴욕시 시민 신분증(IDNYC)은 체류 자격, 주거 여부를 묻지 않고 발급된다. 금융 접근성이 차단된 외국인을 정식 경제활동 인구로 흡수하자 소비 촉진과 세수 증대, 범죄율 하락이라는 선순환이 일어났다.
출신이 아니라 실력으로 평가하는 문화도 한몫한다. 고학력 이민자가 유입된 뒤 뉴욕이 금융을 넘어 창업 분야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시에 따르면 2010년 이후 2023년까지 뉴욕에 유입된 25세 이상 이민자 중 ‘학사 이상’ 비율은 41.3%로, 미국 이민자 평균(33.5%)을 웃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이민자를 향한 시선이 다소 부정적으로 바뀐 건 우려스러운 점이다. 뉴욕에 있는 기업의 인사 담당 임원은 “과거엔 이민자 가정 출신이란 점을 은근히 드러내며 ‘성취’를 강조하는 일이 많았지만 최근엔 숨기려는 추세”라고 말했다.
뉴욕=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