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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아껴드리겠습니다"…슈퍼카 CEO가 날린 '일침' [최수진의 모빌리티톡]

입력 2026-10-18 10:30   수정 2026-10-18 10:39

"돈 아껴드리겠습니다"…슈퍼카 CEO가 날린 '일침' [최수진의 모빌리티톡]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초고가 슈퍼카 업체 부가티 리막의 최고경영자(CEO) 마테 리막의 발언이 화제가 됐다. 그는 "위기에 처한 유럽 자동차 기업들이 수억 유로씩 컨설턴트에 쏟아부으면서 해결책을 찾고 있는데, 돈을 아껴드리겠다"며 "중국 업체를 따라 더 큰 화면과 빠른 충전 속도 경쟁에만 매달리지 말라"고 말했다.
"스위스 시계처럼..." 벤틀리 CEO도 공감 버튼
16일 카스쿱스 등 해외 자동차 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리막 CEO는 영상에서 이 같은 말을 하면서 1998년 출시된 벤틀리 아르나지 실물 차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견고하고 정교하게 제작된 송풍구, 물리적 스위치, 두껍고 고급스러운 카펫, 장인정신이 반영된 실내, 천연 가죽과 실제 목재 소재 등을 일일이 소개하면서 이런 것들이 차별화된 고급스러움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리막 CEO는 "유럽 자동차 산업이 스위스 시계 산업처럼 우리만의 틈새 시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자동차 업체의 기술 혁신을 모방하기보다 디자인, 소재, 장인정신, 역사 등을 차별화 요소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크 슈테펜 발리저 벤틀리 CEO는 해당 영상에 "벤틀리 전략을 모두에게 말하지 말라"며 농담섞인 댓글을 달았다. 리막 CEO가 올린 영상은 160만 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발리저 CEO는 지난 15일 방한해 전기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르칼을 공개하는 자리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중국 자동차 업계의 럭셔리 전기차 경쟁력에 관한 질문에 "럭셔리는 없고 프리미엄만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슈테판 빙켈만 람보르기니 CEO는 지난 8월 영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익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슈퍼카가 위협이 되냐는 질문에 "성능, 사운드, 감성 면에서는 우리 차와 경쟁할 수 없다"고 했다. 위의 CEO가 말하는 바는 뛰어난 기술력과 고급 사양을 갖춘 프리미엄 자동차가 오랜 역사와 브랜드 가치를 바탕으로 한 럭셔리 자동차와는 차이가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덴자, 양왕 등...고성능 및 고가 중국차 등장 속 나온 차별화 전략
이러한 발언은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첨단 전기차 기술을 앞세워 기존 유럽 브랜드가 주도해 온 고급차와 슈퍼카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는 고급 브랜드 덴자와 초고급 브랜드 양왕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양왕은 180만위안(약 3억5854만원)의 순수 전기 슈퍼카 U9을 출시하고 시속 최고 496.22㎞를 기록한 U9 Xtreme도 선보였다. 덴자는 1604마력급, 최고 시속 350㎞, 제로백 1.96초의 전기 슈퍼카 Z를 공개했다. 가격은 68만위안(약 1억4000만원)이다.

중국 업체들의 고급차 시장 진출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유럽 전통 럭셔리 브랜드들의 중국 판매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벤틀리는 올해 3월 발표한 지난해 경영 실적에서 중국 시장 위축을 글로벌 판매량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람보르기니는 전 세계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중국 인도량이 전년 대비 16.5% 줄었다. 포르쉐는 지난해 중국 판매량이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고 밝혔다. 포르쉐는 중국에서 2021년 이후 4년 연속 판매량이 감소했다.



다만 이 같은 판매 부진을 중국 전기 슈퍼카의 등장 때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국 내 고급차 소비 위축과 시장 경쟁 심화, 현지 전기차 브랜드의 경쟁력 강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 유럽 브랜드들이 누렸던 기술적 우위와 브랜드 영향력이 중국 시장에서 도전받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유럽 럭셔리 브랜드가 성능이나 수치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브랜드 고유의 감성과 장인정신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뛰어난 기술력을 실제 럭셔리 브랜드의 경쟁력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에는 중국 초고가 차량의 품질을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다. 화웨이와 중국 장화이자동차(JAC)가 공동 개발한 고급 미니밴 마에스트로 V800은 최근 중국 자동차 매체가 진행한 급제동 시험에서 브레이크 페달 지지대가 파손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이 차량의 가격은 최고 101만6000위안(약 2억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출력과 가속력 등 고성능차의 기술적 진입장벽을 빠르게 낮추고 있지만, 고급차 시장에서 요구되는 품질 신뢰성과 브랜드 가치는 별개의 경쟁 요소"라며 "그런 측면에서 브랜드가 축적한 역사나 희소성, 디자인, 소재, 고객 경험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유럽 럭셔리 브랜드 CEO들이 잇따라 장인정신과 감성적 가치를 강조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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