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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 더 내고 좁은 집 간다니"…서울 전세의 현실 [시장톡]

입력 2026-10-19 13:30   수정 2026-10-19 15:19

서울 마포구의 전용면적 84㎡ 아파트에 전세로 살던 직장인 이모씨(37)는 최근 전세 만기를 앞두고 걱정이 크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2억원 이상 올려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늘어난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없던 이씨는 결국 같은 동네의 전용 59㎡ 아파트로 이사하기로 했다. 이씨는 "직장과 아이 학교 문제로 서울을 떠날 수 없어 3000만원 더 비싼 전세금으로 이전 집보다 좁은 집에 옮기게 됐다"고 토로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 상승세가 최장기간 이어진 가운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서울 소형 아파트 전셋값 상승 폭이 대형 아파트 전셋값 상승 폭을 앞지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전셋집 면적을 줄여서라도 서울에서 거주하려는 이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19일 KB부동산의 서울 아파트 전용면적별 전세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소형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09.31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4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대형과 소형의 전세가격상승지수가 역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형 아파트는 전용면적 60㎡ 이하의 면적을 말한다. 중소형은 전용 85㎡ 이하, 중형은 전용 120㎡ 이하, 중대형은 전용 135㎡ 이하, 대형은 135㎡ 초과인 면적대다.

소형 아파트와 대형 아파트의 전셋값 상승 폭 차이는 올해 들어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하더라도 전세가격지수는 대형, 중대형, 중형, 중소형, 소형 순으로 높았다. 전통적으로는 면적이 넓을수록 전세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실거주 의무 강화와 다주택자 규제 정책 등으로 인해 전·월세 불안이 심해지자 상황이 뒤바뀌었다. 소형 아파트의 전셋값이 가장 가파르게 오르고, 이어 중소형, 중대형, 중형, 대형 순으로 상승했다.



이런 현상은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은 지방과 비교해보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기타지방'으로 분류된 지역에서는 중형 면적대의 전세가격지수가 101.986으로 가장 높았고, 소형 전세가격지수는 100.454로 모든 면적대 중에서 가장 낮았다.

권역별로는 강북권의 소형 상승세가 더 가팔랐다. 지난달 강북 14개구 소형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11.275로, 강남 11개구 106.951보다 높았다. 서울 거주권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주거 면적을 줄여 외곽 소형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형 전셋값 폭등의 배경으로 '대출 한도 축소·고금리 부담'과 '서울 신규 입주 물량 가뭄'을 지목한다. 전세자금 대출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임대차 물건도 줄어들면서 보증금 증액 여력이 부족한 세입자가 중대형에서 소형으로 잇따라 주거 평형을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빌라·다세대주택 시장의 전세 사기 여파로 아파트 선호 현상이 더욱 심화한 점도 소형 아파트 전세 수요를 폭발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수요는 급증하는데 매물은 자취를 감추다 보니 신규 계약 시 임대인이 제시하는 고가 매물이 그대로 시세로 반영되고 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주거 면적을 선택할 때는 누구나 대형을 선호하지만, 최근 서울 주택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르다 보니 서울 안에서 거주하려는 사람들이 면적을 줄이는 선택을 하는 것"이라며 "특히 전세 매물 품귀가 심화하면서 신규로 임차 계약을 할 수 있는 집주인들이 가격을 계속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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