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자곡동 강남자곡힐스테이트 장기전세주택 임차인들이 같은 단지 분양전환 가구와의 자산 격차를 이유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분양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당초 분양전환을 전제로 공급된 주택이 아닌 만큼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강남자곡힐스테이트 임차인대표회는 전날 정기회의를 열어 LH에 분양전환을 요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임차인대표회는 장기전세주택 370가구를 대상으로 서면 동의서를 받는 등 공론화 과정을 밟고 있다.
2015년 6월 입주를 시작한 강남자곡힐스테이트는 총 1339가구로, 임대 유형에 따라 분양전환 여부가 다르다. 10년 공공임대 419가구와 분납임대 550가구는 분양전환형으로, 505동에 거주하는 370가구는 분양전환 없이 최장 20년간 거주하는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됐다.
장기전세 임대가 끝나는 2035년까지 9년가량 남았지만 임차인들이 분양전환을 요구하고 나선 배경에는 급등한 집값이 자리하고 있다. 장기전세주택 전용면적 59㎡의 최초 전세보증금은 1억9800만원이었다. 같은 단지 전용 59.9㎡ 아파트는 지난달 12일 15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때문에 임차인대표회는 호소문에서 분양 가구와의 자산 격차가 10억원 이상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다른 분양전환형 입주민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청약통장을 사용해 당첨된 뒤 분양전환까지 5년 이상 기다리며 대출 부담 등을 감수했다는 이유에서다. 분납임대로 입주해 분양전환을 마친 502동 주민 조모씨는 “분양전환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떠난 사람도 있다”며 “퇴거까지 기간이 많이 남은 만큼 청약 등을 통해 다른 주택을 마련할 시간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장기전세주택의 계약 조건을 바꿔 달라고 요구한 사례는 앞서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에 있었다. LH를 상대로 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강일동 강일리버파크, 강일리엔파크 입주민들은 계약 연장을 요구했고, 장지동 송파파인타운에서는 지난 7월 분양전환 등을 논의하는 주민 설명회가 열렸다. 서울시가 지난달 장기전세주택의 20년 만기 시 퇴거 원칙을 재확인한 데 이어 LH와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임대 기간 종료 후 원칙적으로 퇴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입주 당시 체결한 계약대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다만 형평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지원하는 등 퇴거 후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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