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를 거부해 여당 공세를 받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두고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탄핵 추진 논의를 16일 공식화했다. 자진 사퇴 요구에서 한 발 나아가 강제로 직무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탄핵 사태로 비화하면 사법부와의 갈등과 함께 올 연말 여야 대치가 고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초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기간을 활용한 여론전에 주력했다.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거부로 국회와 청와대를 무시하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 의혹, 대법관 격려금 지급 문제 등을 강조해 자진 사퇴를 유도하는 전략을 썼다. 하지만 이달 말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김건희 여사에 대해 특검의 구속 연장 요구를 대법원이 거부할 수 있다는 강성 지지층 우려가 커지자 상황이 바뀌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찌감치 탄핵을 주장한 조국혁신당이 여당 일부 지지층을 흡수하고 있는 만큼 발언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야당은 발끈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감 대책회의에서 “탄핵안을 발의하는 순간 대통령은 ‘데드덕’(권력 상실)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SNS에 “와인은 김명수가 먹었는데 탄핵은 왜 조희대인가”라고 썼다. 전임자인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업무추진비로 술을 구매한 액수가 조 대법원장의 세 배가 넘는다고 비판한 것이다. 김 전 대법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다.
법사위에서도 공세는 이어졌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서울고등법원 등 17개 법원 대상 국감에서 “청와대가 대통령 임명권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대법원장 제청권이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한다”며 “자유민주공화정에서 이게 맞느냐”고 지적했다.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은 윤 의원 질의에 “제청권, 국회의 동의권, 임명권 사이에 우열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