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국가별 공제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과세당국의 판단을 인정해 김영권의 불복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유지했다.
이번 판결을 가른 것은 해외에서 세금을 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어느 나라에 낸 세금이냐는 점이었다. 중국에서 발생한 미공제액을 이후 일본 소득에 대한 국내 세금 계산에 반영할 수 있는지다.
김영권은 2018년 중국에 납부한 세금 가운데 6억502만원을 국내 종합소득세에서 공제받지 못했다. 공제 한도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 감바 오사카에서 뛰던 2019~2021년 국내 소득세를 신고하면서 이 금액을 일본 납부세액과 합쳐 공제했다.
해외 납부세액을 국내 세금에서 빼주는 것은 이중과세를 막기 위한 장치다. 소득세법 제57조에 따라 일정 한도까지 공제하고, 남은 금액은 다음 해 이후로 넘길 수 있다. 다만 소득세법 시행령 제117조 7항은 국외사업장이 둘 이상의 국가에 있다면 공제 한도를 국가별로 계산하도록 정한다.
중국에서 남은 공제액을 일본 소득에 적용할 경우 두 나라의 세율 차이 때문에 과도한 공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2심은 "김씨는 중국에서 약 43.9%, 일본에서 약 20.4%의 세율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 주장대로 중국 이월분을 이듬해 일본 것과 합쳐 계산하게 되면 저세율국을 활용해 외국납부세액을 과다 공제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소득세법 시행령 규정의 개정 목적에 정면으로 반하게 돼 허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영권 측은 두 나라에서 동시에 활동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다퉜다. 그는 2012년 6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중국 광저우 헝다 소속이었다가 2019년 1월 감바 오사카로 옮겼다. 일본에서는 2021년 12월까지 뛰었다.
국가별 한도 규정은 같은 과세기간에 여러 나라에 사업장이 있을 때 적용해야 하므로, 일본에서만 활동한 2019~2021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시행령이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무효라는 논리도 폈다.
법원은 두 주장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해당 시행령이 공제 한도 산정 방식을 구체화한 것으로, 법률이 대통령령에 맡긴 범위 안에 있다고 해석했다.
대법원도 국가별 계산 원칙이 이월공제액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봤다. 활동 국가가 바뀌었다고 해서 이전 국가에서 남은 공제액을 다른 국가의 소득에 대응하는 공제 한도에서 사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쟁점은 일본 체류 당시 김영권을 국내 거주자로 볼 수 있는지였다. 김영권 측은 2019~2021년 일본에 머물며 사회·경제 활동을 한 만큼 국내 거주자를 전제로 한 과세가 위법하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해외 체류 사실과 함께 소득의 사용처, 가족의 주거, 국내 경제활동을 살폈다. 한국과 일본에 모두 항구적 주거가 있었지만 인적·경제적으로 더 밀접하게 연결된 국가는 한국이라는 결론이었다.
일본에서 얻은 소득 대부분을 국내로 송금해 소비했고, 서울 소재 아파트에서도 가족과 거주한 점이 판단 근거가 됐다. 국내에서 부동산을 거래하고 임대업과 축구교육 관련 사업으로 소득을 얻은 사정도 반영됐다.
울산세무서는 앞서 중국 납부세액의 이월공제를 인정하지 않고 세액을 다시 계산해 2023년 6월 가산세를 포함한 8억3083만원을 추가 고지했다. 김영권이 이미 낸 종합소득세 10억7000만원 외에 더 납부해야 한다는 처분이었다.
김영권은 조세심판 청구가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가 지난달 23일 상고를 기각하면서 과세 처분을 둘러싼 법적 다툼도 마무리됐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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