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일 제품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향과 제형을 중첩해 연출하는 '프래그런스 레이어링'이 뷰티 시장의 핵심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옷차림이나 상황에 맞춰 의상을 고르듯 향 역시 부위와 기분에 따라 다채롭게 조합해 사용하는 소비 방식이 정착하면서 관련 제품군도 빠르게 다변화하는 흐름이다.
18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최근 향수 시장은 단일 제품 소비에서 벗어나 개인의 취향에 맞춰 향을 바꿔 쓰는 '향수 워드로브(Fragrance Wardrobe)'와 이종 향을 겹쳐 바르는 '센트 스태킹(Scent Stacking)'으로 재편되고 있다.
'향수 레이어링'은 신세계 3세이자 아이돌 그룹 올데이프로젝트(올데프) 멤인 애니가 선보인 방식이기도 했다. 애니는 과거 '보그 코리아'와 인터뷰에서 "향수를 진짜 좋아한다. 향수를 안 뿌리고 스케줄을 하면 평소보다 못한 것 같다"며 두 가지 향수를 소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 두 개를 섞어서 쓰는 게 제일 좋다"며 "플로럴하고 여성스러운 향과 프렌치하고 시크한 느낌을 섞을 수 있는 조합"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이미지 공유 플랫폼 핀터레스트가 발표한 '2026 뷰티 트렌드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가시화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 내 '향수 워드로브' 관련 검색량은 전년 대비 210% 급증했고, 고체 향수 관련 검색량 역시 333% 늘어났다. 핀터레스트는 향수와 퍼퓸 오일 등을 조합해 독창적인 무드를 연출하는 센트 스태킹을 올해 주도 트렌드로 선정했다.
향을 사용하는 부위와 용도에 따라 제형을 세분화하는 연출법도 대세로 자리 잡았다. 모발에는 가벼운 헤어퍼퓸을 분사하고 몸에는 바디미스트나 바디로션을 도포한 뒤, 그 위에 원하는 향수를 덧입혀 단독 사용 시와는 차별화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방식이다.
휴대성이 뛰어난 밤 형태의 고체 향수 역시 손목이나 귀 뒤 등 특정 부위에 간편하게 덧바를 수 있어 수요가 늘고 있다. 이처럼 향의 쓰임새가 샤워, 보습, 헤어케어로 점차 넓어지면서 향수류는 외출 직전 뿌리는 단순 보조재를 넘어 일상 전반의 케어 영역으로 입지를 확장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내 주요 향수 브랜드들도 하나의 시그니처 향을 다양한 제형으로 확장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에이피알의 프래그런스 브랜드 포맨트는 대표 향인 '코튼허그'를 향수와 바디로션 형태로 선보인 데 이어, '코튼메모리' 라인을 시그니처 퍼퓸을 비롯해 퍼퓸 샤워, 바디로션, 헤어오일, 핸드워시, 섬유향수 등 라인업 전반으로 늘렸다. 여기에 '솔리드 퍼퓸 페블'과 '시그니처 헤어퍼퓸'을 추가해 부위별·상황별 선택의 폭을 제공하고 있다.
탬버린즈 역시 시그니처 향 '카모'를 일반 향수뿐 아니라 헤어퍼퓸, 퍼퓸 밤, 핸드크림 등 다채로운 제품군으로 확장했다. 특히 고체형 퍼퓸 밤은 휴대 편의성과 세련된 사용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대표 사례다.
업계에서는 향이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패션 요소로 정착함에 따라, 동일 향의 제형 다원화와 세분화된 향 조합을 겨냥한 브랜드 간 기획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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