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아버지로 아이 다섯을 키울 수 있었던 건 데이터센터 덕분입니다. 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아들과 조카에게도 기회를 주십시오.”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 시청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공청회. 국제전기노동자형제단(IBEW) 조합원 윌 스미스가 이렇게 말하자 회색 셔츠를 입은 노조원 10여 명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사진). 환경 오염과 전기요금 인상 등 우려하며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던 공청회장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이때부터다. 이후 데이터를 둘러싼 노조와 지역주민 간 세 대결이 이어졌다.
새너제이시는 지난 4개월간 준비한 데이터센터 규제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날 공청회를 열었다. 페이팔·이베이·어도비 등의 본사가 있는 새너제이에는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20곳 외에 신규 건설 신청 11건을 심사하고 있다.
규제안은 데이터센터가 지역 주민의 건강과 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디젤 발전기의 연간 가동 허용 시간을 기존 50시간에서 25시간으로 줄이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지역 주민 80여 명과 환경운동가들은 규제안만으로는 피해를 막기 어렵다며 데이터센터 건설을 아예 45일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데이터센터 건설이 생계를 지탱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 같은 갈등은 새너제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음 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곳곳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공청회와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대니얼 루리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지난 16일 시내 데이터센터 건설을 45일간 유예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어디에 지을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이제 지역 개발 문제를 넘어 미국의 주요 정치·사회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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