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채용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꼽으라면, 인공지능(AI)이 전형 내부로 깊숙이 들어왔다는 점이다. CJ제일제당은 채용 행사에서 AI체험존을 마련해 지원자가 현업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AI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해보도록 했다. SK하이닉스는 거대언어모델을 활용해 문제를 풀고 발표하는 전형을, HD현대는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분석해 업무에 맞게 재구성하는 역량검사를 도입했다. 기아도 AI 문제 해결력을 검증하는 단계를 새로 더했다.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 10곳 중 7곳이 “채용 과정에서 AI 활용 역량을 중요하게 본다”고 답했다. 흥미로운 것은 과제의 모양새다. 하나같이 실제 업무 상황에서 출발한다. 현업 시나리오를 던지거나, AI 결과물을 업무에 맞게 고쳐 쓰게 하는 식이다. 같은 AI를 쥐여줘도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목표와 조건부터 정리하고, 누군가는 질문 한 줄을 던져놓고 결과를 기다린다. 기업이 보려는 것도 결국 그 차이다.
평가 방식에서도 이런 의도가 읽힌다. 기업은 최종 결과물뿐 아니라 지원자가 AI에 입력한 지시문, 그리고 결과물을 다듬어 간 과정까지 들여다본다고 설명한다. 지시문만 봐도 지원자가 일을 어떻게 이해했는지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취업 시장에서는 AI가 해로운 스펙이 됐다는 말이 돌지만, 기업이 채점하는 대상은 도구를 다루는 손기술보다 일을 풀어가는 순서와 판단력에 가깝다.
채용 현장에서 보면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업무를 깊이 이해한 사람은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짚고, AI에 맡길 일과 직접 판단할 일을 나눈 뒤, 돌아온 결과를 한 번 더 의심한다. AI의 답이 엇나가도 금방 알아챈다. 반대로 업무 이해가 얕으면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그대로 들고 오기 쉽다. AI 평가가 직무 이해도를 재는 일이 되는 이유다.
기업으로서도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AI로 한 사람이 맡는 업무 범위가 넓어진 만큼, 한 번의 채용 실패가 가져올 리스크도 커졌다. 그렇다면 기업 입장에서 새로운 평가 도구를 들이는 것과 함께 그 기준도 세워야 한다. 직무마다 AI에 어떤 일을 맡기고 어느 대목에서 사람이 판단하게 할지 정리하고, 이를 지원자에게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공고에 AI 활용 역량을 한 줄 적는 것과 직무별로 AI가 쓰이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구직자에게 전하는 신호부터 다르다.
AI 시대에도 기업이 찾는 사람은 자기 일을 제대로 파악하고 더 잘해내는 사람, 흔히 말하는 일머리가 있는 사람이다. AI 전환(AX) 시대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쓰는지가 아니라 일을 풀어내는 방식을 얼마나 정확히 묻는지에서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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