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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쇼트' 주인공도 "위험" 경고…AI 거품론 '확산'

입력 2026-10-19 17:24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업고 기업가치 440억 호주달러를 목표로 내걸었던 데이터센터 기업의 증시 상장이 무산됐다. 실제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는 단 두 곳에 불과한 데다 2025~2026회계연도 매출도 5080만달러(USD)에 그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고평가' 우려가 잇따른 결과다. AI 기업의 미래 성장성에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하던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호주 매체 뉴스닷컴오스트레일리아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기업 퍼머스는 이달 호주 증권거래소(ASX)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당초 기업가치를 약 440억 호주달러로 평가받으려 했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기업공개(IPO)가 무산됐다.

퍼머스는 호주·아시아에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기업이다. 엔비디아 투자를 받은 업체로도 알려졌다. 상장에 성공했다면 1990년대 호주 통신기업 텔스트라 이후 최대 규모 IPO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냉담했다. 퍼머스가 실제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는 두 곳에 불과했다는 데 주목했다. 2025~2026회계연도 매출이 5080만달러 수준에 불과한 것도 간과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사업 실적에 비해 회사가 요구하는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이번 IPO 무산이 퍼머스만의 사례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AI 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지만 실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시장 안팎에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시장 분석가 헨리 제닝스는 이 매체를 통해 퍼머스가 미국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사업모델을 따르려 했다고 설명했다. 코어위브가 거둔 성공을 근거로 투자자들에게 더 큰 성장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정작 코어위브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코어위브 주가는 지난주 하루 만에 15% 급락했다. 코어위브의 지난 6월 말 기준 총부채는 356억달러에 달했다. 지난 6월 발행된 채권의 시장수익률도 발행 당시 약 9.675%에서 최근 15%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향후 자금조달 비용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제닝스는 AI 분야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투자에 상응하는 수익을 거둘 수 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부채 조달 비용도 높아지면서 AI 인프라 사업의 수익성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기업의 기업가치가 실제 사업 실적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앤트로픽은 기업가치 2조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손실은 80억달러를 넘어섰다. 믈론 회사 측은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데다 최근 조정 기준으로 수익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오픈AI도 내년 IPO를 추진하고 있다. IPO에 앞서 논의 중인 자금조달 과정에선 기업가치를 1조400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받는 방안이 거론됐다. 다만 지난달 기준 연환산 매출은 약 500억달러로 앞서 알려진 700억달러보다 200억달러 더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AI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실제 매출과 수익성을 근거로 적정 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닝스는 AI 산업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려면 과거와 다른 기준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 사업에 대한 기대가 기업가치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는 점은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시장 전체의 AI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호주 투자 플랫폼 에쿼티메이츠의 공동창업자 브라이스 레스키는 미국 S&P500 지수의 전체 시가총액에서 상위 10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메타·아마존 등 AI 투자에 적극적인 빅테크다. AI 투자 열풍이 꺾이면 관련 기업에 투자한 주주뿐 아니라 미국 주요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투자자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주택시장 붕괴에 베팅했던 투자자 스티브 아이즈먼도 AI 투자 확대에 따른 위험을 경고했다. 아이즈먼은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아이즈먼은 AI 산업의 투자·수익 구조가 앤트로픽·오픈AI 등 소수 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들 기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관련 산업 전반에 충격이 확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일부 빅테크 기업들이 재무제표에 직접 부채로 반영되지 않는 장부외 금융거래를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이즈먼은 올해 AI 관련 부채 조달 규모가 약 5000억달러에 이른다면서 이 가운데 장부외 방식으로 조달되는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기업들이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이 같은 금융거래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우려했다.

다만 퍼머스의 상장 실패를 AI 산업 전체의 위기로 확대 해석하는 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글로벌 투자 플랫폼 이토로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 조시 길버트는 앤트로픽·오픈AI가 실제 수요와 매출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퍼머스와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퍼머스의 상장 철회가 AI 투자 열풍 자체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AI라는 성장 산업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나치게 높은 기업가치를 받아들이지 않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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