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소방공무원의 신분이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바뀌었다. 지역마다 다른 소방서비스의 격차를 줄이고 소방관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로부터 6년, 신분은 국가직이 됐지만 급여의 90% 이상은 여전히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고 있다. 국가직 전환 이후 국비 비중은 오히려 낮아졌고, 늘어난 인건비에 밀려 소방차와 장비에 쓸 예산의 비중도 줄었다. 최근 '소방 재정 빨대' 발언 논란으로 표현의 적절성에 관심이 쏠렸지만, 그 이면에는 국가와 지방 가운데 누가 소방재정을 책임져야 하느냐는 오래된 질문이 놓여 있다. 본지는 2회에 걸쳐 국가직 소방의 재정구조를 짚어보고, 안정적인 소방재원 확보 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전국 소방예산의 76%가 인건비로 나가면서, 소방차량 교체와 구조장비 보강 등에 쓸 재정 여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인건비 대부분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면서 소방재정의 경직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도는 안정적인 소방 목적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말 일몰 예정인 담배소비분 지방교육세를 소방재원으로 돌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올해 전국 17개 시·도 소방본부 예산 8조5967억원 가운데 인건비는 6조5129억원으로 75.8%를 차지했다. 소방차량 교체와 장비 보강 등에 쓰는 사업비는 2조838억원으로 24.2%에 그쳤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인건비 쏠림이 뚜렷하다. 2015년 전국 소방예산 4조434억원 가운데 인건비는 2조4893억원(61.6%), 사업비는 1조5541억원(38.4%)이었다. 이후 인건비는 4조236억원(161.6%) 늘었지만, 사업비는 5297억원(34.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인건비가 2.6배로 불어나는 동안 사업비는 1.3배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인건비 비중은 14.2%포인트 높아졌고, 사업비 비중은 그만큼 낮아졌다.
최근에도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2022년 5조1260억원이던 인건비는 올해 6조5129억원으로 4년간 1조3869억원(27.1%) 늘었다. 같은 기간 사업비는 2조653억원에서 2조838억원으로 185억원(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예산이 늘어도 증가분 대부분이 인건비로 흡수되면서 장비와 시설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드는 구조다.
인력이 크게 늘지 않았는데도 인건비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전국 소방공무원 정원은 2022년 6만5960명에서 올해 6만6563명으로 603명(약 0.9%) 늘었지만, 인건비는 27.1% 증가했다. 신규 충원뿐 아니라 기존 인력의 승진과 호봉 상승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 증가분을 지방정부가 자체 재정으로 메워야 한다는 점이다. 올해 전국 소방공무원 인건비 가운데 지방정부 일반회계 전입금은 5조6434억원으로 86.7%에 이른다. 반면 국비인 소방안전교부세에서 지원되는 금액은 5496억원(8.4%), 소방 목적재원인 지역자원시설세에서 쓰는 금액은 2990억원에 그쳤다. 이처럼 일반회계 의존도가 높으면 지방세 수입이 줄거나 다른 분야 지출이 늘 때 소방재정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기도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경기도 소방 인건비는 2017년 5709억원에서 올해 1조1570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지만, 사업비는 3218억원에서 4085억원으로 26.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소방예산에서 인건비 비중은 64%에서 74%로 높아졌고, 사업비 비중은 36%에서 26%로 낮아졌다. 인건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도 노후 소방차량과 구조·진압 장비 투자를 늘려야 하는 과제가 지방정부에 놓인 셈이다.
경기도가 내놓은 해법은 소방 목적재원 확충이다. 도는 지난달 21일 더불어민주당과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올해 말 일몰 예정인 담배소비분 지방교육세를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로 전환하는 지방세법 개정을 건의했다. 당시 도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담배소비분 지방교육세 결산액은 약 1조5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경기도 몫은 3964억원(26.2%)이다.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는 화재 위험과 소방서비스 수요 등을 고려해 부과하는 목적세로, 소방시설 확충과 장비 보강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2024년 전국 소방재원 8조952억원 가운데 이 세목의 비중은 19.8%(1조6060억원)에 그쳤다. 반면 시·도 일반회계 전입금은 67.9%(5조4954억원)에 달했고, 소방안전교부세는 9.6%(7770억원), 국고보조금은 0.6%(450억원)였다.
경기도 소방재원도 일반회계 의존도가 높았다. 2024년 도 소방재원 1조4613억원 가운데 일반회계 전입금이 814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 4600억원, 소방안전교부세 124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도는 2021~2024년 목적재원이 2.6% 줄어드는 동안 일반회계 전입금은 39.4% 늘었다고 분석했다.
도는 법 개정이 이뤄지면 2027~2030년 4년간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소방재원이 약 5조8000억원, 경기도는 약 1조5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도가 별도로 마련한 소방재정 개선방안에는 담배소비분 지방교육세를 독립된 소방세로 바꿔 연간 약 1조6000억원을 확보하는 방안도 담겼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세법과 지방세기본법, 소방회계법을 개정해야 한다. 민주당에 건의한 지역자원시설세 전환과는 세목과 법률 개정 방식이 달라, 어떤 안을 최종 추진하느냐에 따라 입법 절차도 달라질 전망이다.
다만 두 방안 모두 중앙정부가 새로 국비를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지방교육세를 소방재원으로 돌리는 방식이다. 소방재정이 늘어나는 만큼 교육재정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지방교육세의 일몰 여부와 전환 범위, 법 개정 방향에 따라 실제 확보할 수 있는 재원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소방재정 문제는 국가와 지방의 재정 분담체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로 귀결된다고 말한다. 국가직 소방공무원의 인건비를 지방이 대부분 부담하는 상황에서 목적재원 확충만으로는 국가의 재정 책임 공백을 온전히 메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확대와 지방의 안정적인 목적재원 확보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창훈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가직 전환이 실질적인 처우 개선과 현장 안전 강화로 이어지려면 인건비 확보와 장비·시설 투자를 동시에 뒷받침할 재정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원=정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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