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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만 팔아선 안 된다”…식품업계, 단골고객 확보 경쟁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입력 2026-10-20 14:00  

“제품만 팔아선 안 된다”…식품업계, 단골고객 확보 경쟁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식품 제조사들이 제품을 판매한 뒤에도 소비자와 관계를 이어가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자체 온라인몰과 멤버십을 운영하고 식단 관리, 정기배송, 공장 견학 등을 제공하는 식이다. 대형마트와 e커머스에 제품을 공급하는 데서 벗어나 소비자의 구매 이력과 취향을 직접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구독 묶어 ‘한 번 산 고객’ 붙잡는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동원F&B·롯데칠성음료·풀무원·hy 등 주요 식품기업들은 최근 자체몰과 구독 서비스, 멤버십, 고객 체험 프로그램을 잇달아 확대하고 있다. 제품을 유통업체에 넘기면 끝나던 판매 방식을 바꿔 구매 주기와 취향을 직접 파악하고 재구매를 끌어내려는 전략이다.

풀무원헬스케어는 최근 맞춤형 식단 플랫폼 ‘디자인밀’에 멤버십 제도를 도입했다. 직전 6개월간 배송 금액에 따라 고객을 다섯 등급으로 나누고 할인쿠폰과 배송 혜택 등을 제공한다. 제품을 한 번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식단을 꾸준히 관리하도록 유도해 구독 기간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디자인밀 고객의 올해 평균 식단 구독일은 지난해보다 약 10% 증가했다. 1년 가까이 식단을 이용하는 장기 고객도 늘고 있다. 풀무원은 향후 구매·건강 데이터를 토대로 인공지능(AI)과 전문가 서비스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hy도 지난달 처음으로 온·오프라인 통합 구독 행사인 ‘프레딧 구독세일 페스타’를 열었다. 신규 회원이 정기구독을 신청하면 제품과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첫 구독 고객에게는 프레딧 멤버십 체험권을 줬다. 방문판매 조직인 ‘프레시 매니저’가 정해진 날짜에 제품을 전달하는 기존 사업 모델에 온라인몰과 유료 멤버십을 결합한 것이다.

동원F&B는 지난해 식품 전문몰 ‘동원몰’과 반찬몰 ‘더반찬&’을 통합했다. 더반찬&의 새벽배송을 동원몰에 붙이고 기존 VIP 고객에게 동원몰 유료 멤버십 ‘밴드플러스’ 혜택을 제공했다. 참치캔과 생수처럼 반복 구매가 많은 제품부터 반찬과 신선식품까지 한 계정에서 구매하도록 묶었다.

롯데칠성음료는 공식 온라인몰 ‘칠성몰’을 신제품 체험 창구로 바꿨다. 신제품을 대형마트나 편의점 출시 전에 구매할 수 있는 메뉴를 만들고, 설문을 토대로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는 기능도 도입했다. 판매량뿐 아니라 검색과 장바구니, 재구매 데이터를 제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CJ제일제당도 자체몰 CJ더마켓을 단순 판매 사이트에서 소비자 참여형 플랫폼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달에는 고객이 직접 이름을 제안하고 투표하는 방식으로 자사몰 마스코트를 공개했다. 향후 이 캐릭터를 상품 안내와 프로모션, 콘텐츠에 활용할 예정이다.
공장 문 열고 제품 대신 ‘경험’ 판다

식품사들이 자체몰과 구독 서비스에 투자하는 것은 유통업체에 제품만 공급해서는 누가 상품을 사고 왜 다시 구매하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사 채널에서는 구매 주기와 선호 상품, 가격 민감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신제품 개발과 개인별 마케팅에 활용하면 광고비를 줄이면서 재구매율을 높일 수 있다.

온라인에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한다면 오프라인에서는 생산 과정과 브랜드 철학을 직접 보여주는 체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풀무원은 충북 음성 두부공장을 소비자에게 개방해 생산·물류시설 견학과 두부 요리 체험을 제공한다. 2008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의 누적 체험객은 지난해 기준 3만5000명을 넘었다.

하이트진로도 강원 홍천공장의 견학관을 ‘하이트진로 파크’로 개편해 운영하고 있다. 방문객은 연간 약 50만㎘, 하루 최대 400만 병을 생산하는 자동화 설비와 맥주의 발효·여과·포장 공정을 살펴본 뒤 갓 생산한 테라와 켈리를 맛볼 수 있다.

모녀 고객을 대상으로 한 1박2일 프로그램 ‘스테이풀무원’도 운영하고 있다. 두부 만들기와 쿠킹 클래스 등을 통해 풀무원의 제품과 지속가능 식생활을 체험하게 하는 행사다. 지난해 가을에는 20팀 모집에 5300여 팀이 신청해 경쟁률이 약 266 대 1에 달했다.

어린이 대상 체험은 미래 고객을 선점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풀무원푸드머스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공급하는 김치 만들기 키트는 2021년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체험 고객 72만 명을 넘어섰다. 어린이가 직접 김치를 만들고 먹어보도록 해 전통 식문화와 자사 제품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직업체험관 키자니아에서 ‘칠성사이다 음료수 공장’을 운영한다. 어린이가 음료 마스터가 돼 페트병 세척부터 레몬·라임 향과 탄산 주입까지 경험하는 공간이다. 당장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아니더라도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을 심겠다는 전략이다.

식품업계의 경쟁 기준도 판매량에서 고객과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으로 넓어지고 있다. 다만 회원 수와 행사 방문객만으로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할인 혜택이 끝난 뒤에도 고객이 남는지, 체험 참가자가 실제 구매자로 전환되는지가 관건이다. 업계가 따져봐야 할 지표 역시 가입자 수보다 구독 유지율과 재구매율, 회원당 구매액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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