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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80곳…서울 '골목형상점가' 우후죽순

입력 2026-10-21 07:00  


서울 각 자치구들이 동네 상권을 경쟁적으로 ‘골목형상점가’로 지정하면서 서울의 골목형상점가가 2년도 안 돼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정 문턱을 높이고 수도권 골목상권의 온누리상품권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서울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에게 기대만큼 실익을 주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품권 사용, 전통시장 버금가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골목형상점가는 9월 말 기준 280곳에 이른다. 2024년 말 99곳에서 2.8배로 껑충 뛰었다. 지정은 이달에도 계속됐다. 서초구는 지난 8일 청계산입구역 일대 ‘청계로와’를 12호로, 중랑구는 14일 망우다정길을 15호로 지정했다. 용산구도 이태원앤틱가구거리를 새로 지정해 총 14곳으로 늘렸다. 서초구는 지난 8월 서래마을을 9호로 지정하면서 ‘연내 12곳 모두 지정’을 목표로 내걸었는데, 두 달도 안 돼 목표를 채웠다.

구청들이 골목형상점가 지정에 공들이는 건 온누리상품권 혜택 때문이다. 골목형상점가는 소상공인 점포가 모인 골목을 전통시장처럼 지원하는 제도다. 지정되면 점포들이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이 될 수 있고, 정부와 서울시의 상권 지원 공모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 서울 도봉구의 한 상인은 골목형상점가로 신규 지정되자 “경기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어려웠는데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것 같다”고 했다.


지정 문턱이 낮아진 영향도 컸다. 도봉구는 지난해 7월 서울에서 처음 조례를 고쳐 ‘2000㎡ 안에 점포 30개 이상’이던 기준을 15개 이상으로 낮췄다. 서초구도 같은 달 조례를 고쳤다. 서울시는 2029년까지 골목형상점가를 600곳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상권마다 2000만~4000만원의 공동 마케팅비를 지원하고 있다.

골목형상점가가 늘면서 전통시장을 살리려고 만든 온누리상품권의 사용처도 크게 확대됐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골목형상점가의 온누리상품권 사용액은 1조2868억원으로, 전통시장의 사용액(1조4837억원) 수준에 이르렀다.
◇서울시 “상인들 의견 수렴”
중소벤처기업부는 제도 손질에 나섰다. 애초 취지인 전통시장을 더 우대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세웠다. 이달 초 내놓은 개편안에 따르면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구매 할인율은 기존 7%에서 5%로 낮아진다. 대신 전통시장에서 쓰면 5%를 더 돌려줘 혜택을 10%로 확대한다. 지방 골목상권에는 8%, 수도권 골목상권에는 5%의 할인율을 적용한다. 지금은 어디서 쓰든 구매 할인율이 7%로 같지만, 개편안대로라면 서울 골목상권의 혜택은 전통시장의 절반이 된다. 지방정부가 조례로 지정 기준을 마음대로 낮추는 것도 방지한다. 재정자립도 상위 25% 지역은 점포 30개 이상, 중위 50%는 20개 이상을 갖춰야 하고, 지정 전에는 중기부와 미리 협의해야 한다.

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서울 자치구의 셈법은 복잡해진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자치구는 기준이 다시 30개로 늘어날 수 있다. 이미 지정된 상권에 새 기준을 적용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기부 개편안은 방향만 나왔을 뿐 내용과 시행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필요하면 자치구와 상인들의 의견을 모아 중기부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안재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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