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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240조 날렸다" 파다한 소문…'주식 매도 금지' 실상은

입력 2026-10-21 09:39   수정 2026-10-21 14:14

"국민연금, 240조 날렸다" 파다한 소문…'주식 매도 금지' 실상은

이 기사는 10월 21일 09:3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정부 방침으로 국내주식을 팔지 못해 240조원을 날리고 기금 고갈 시점까지 10년 앞당겨졌다는 주장이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주식 매도 금지라는 전제부터 실제 운용 규칙과 다르고, 240조원 손실도 공식 통계로 확인되지 않는다. 수십 년에 걸쳐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성과를 단기 증시 등락만으로 재단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확대와 리밸런싱(자산 비중 재조정) 유예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15일 7.57% 급락한 데 이어 20일에도 3.73% 떨어졌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해 국민연금의 주식 매도를 막았고, 그 사이 외국인 투자자들만 차익을 실현해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리밸런싱을 유예한 것은 사실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월 국내주식 비중이 허용범위를 넘으면 주식을 팔아 비중을 낮추는 의무 조정을 6월 말까지 미뤘다. 실제로 반도체주 강세로 2월 말 국내주식 비중이 24.5%까지 올라 당시 목표치(14.9%)와 허용 상단(19.9%)을 웃돌았다. 이후 5월 열린 기금위에서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높인 것도 이미 커진 비중을 운용 기준에 반영한 조치이지 추가 매수 지시는 아니었다. 7월부터는 조정된 규칙에 따라 리밸런싱도 재개됐다.

실제 국민연금의 매도는 리밸런싱 유예 기간에도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등'은 5월 2조1617억원, 6월 2조3370억원 등 두 달 동안 약 4조5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7월 리밸런싱 유예 종료로 국내주식 매도에 따른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주식을 미리 팔았다면 수익률이 더 높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매도 대금을 자산배분 원칙에 따라 채권 등 다른 자산에 재투자한다. 올해 1~7월 국내주식 수익률은 60.11%였지만 국내채권은 금리 상승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3.36%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내주식을 매도해 확보한 자금을 장기간 현금으로 보유하기 어려운 운용 구조상 채권에 재투자했다면 오히려 전체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증시 하락으로 상당한 평가손실을 본 것은 사실이다. 지난 7월 말 기금 적립금은 1684조2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81조4000억원 줄었다. 국내주식 평가액만 124조6000억원 감소했다. 주가 하락으로 보유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다만 181조원은 7월 한 달간 전체 적립금이 감소한 규모로, 온라인에서 주장하는 240조원 손실을 입증하는 수치는 아니다.

최근 거론된 '182조원 손실'도 성격이 다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 287곳을 분석한 결과, 해당 주식의 평가액은 6월 말 515조9000억원에서 10월 15일 333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국민연금 전체 기금이 아닌 일부 국내주식의 평가액 감소를 추산한 것으로, 이를 기금 전체의 투자손실로 해석하는 것은 부정확하다.

국민연금이 공식적으로 공개한 올해 7월 말까지의 누적 수익률은 14.84%, 운용수익금은 219조1000억원이다. 상반기 누적 수익률 27.22%에서 크게 떨어졌지만 연초 이후 성과는 플러스다. 최근 증시 급락을 반영한 기금 전체 운용손익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기금 고갈이 10년 빨라졌다는 주장도 출발점부터 잘못됐다. 온라인에서 고갈 시점으로 제시하는 2055년은 2025년 연금개혁 이전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연금개혁과 지난해까지의 운용성과를 반영해 올해 6월 제시한 소진 시점은 2069년이다. 확인되지 않은 단기 손실을 미래 수십 년의 재정추계에 곧바로 대입해 2045~2047년 소진을 예측할 수는 없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된 개정 국민연금법에 국가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연금급여 지급 보장 책임이 명문화된 만큼 기금 고갈로 특정 세대부터 연금 지급이 중단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다만 기금위 회의록 비공개 결정은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기금위는 지난 1월 26일 리밸런싱 유예를 결정한 회의록을 2030년까지 비공개하기로 했다. 5월 28일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20.8%로 높인 회의의 회의록도 공개되지 않았다.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조치지만 주요 투자 결정의 근거를 검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단기 손익보다 장기 수익률과 위험 관리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며 "시장에 민감한 투자전략은 보호하되 주요 의사결정의 근거는 충분히 설명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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